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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sson May 31. 2019

[Review] 오가닉 마케팅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저번 <맥락을 팔아라> 편에서 나는 CJ ENM 브랜드저널리즘 전략에 대해 간략히 제안한 바 있다. 기존의 '설탕공장 감성'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하는 CJ의 콘텐츠들을 'CJ라서 가능한 감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설탕공장 감성'이라는 말은 이미 고객들이 경험을 통해, 또 고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또 CJ영화였어? 어쩐지 설탕공장 감성이더라!") 성립된 인식에 해당한다. 그러한 인식을 단순히 기업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지금처럼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는 말이다.


어떤 브랜드가 브랜드저널리즘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고객과 분리되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네트워크의 가치이고,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인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우버, 노푸, 테슬라를 사례로 든다.

1. 우버를 부른 승객과 운전자는 일반 택시처럼 직접 돈을 주고받지 않는다. 대신 평점이라는 신뢰로 얽혀 있다. 또한 그들이 타고 가는 차량의 위치는 중계되고 기록되어 또 다른 승객 혹은 이 다음에 다시 탑승할 나에게 정보로 제공된다. 이러한 경험이 계속되고 참여자가 늘어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만일 저녁 늦게 집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우버를 불러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2.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것을 노푸(No poo)라고 한다. 노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며 그 장단점을 차근차근 비교하고 아이템을 쇼핑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른 노푸어들이 선택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또한 내가 실제로 노푸를 해보면서 겪은 일들에 대해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주변에 노푸의 장점을 알리는 영업사원이 되기도 한다.


3. 테슬라의 플리트 러닝은 운전자들이 운전을 하고, 헤매이고, 길을 찾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하여 다른 운전자들에게 경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네트워크를 중재하는 것 정도가 테슬라의 역할이다. 이처럼 판을 제공해주고 연결시킴으로써 테슬라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고, 그렇게 생겨난 팬들이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페이도 주지 않았는데) 직접 나서서 고퀄리티의 테슬라 광고를 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세 가지, 각각 전혀 다르게 보이는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업에서 일방향으로 주입시키는 마케팅 메시지가 아닌 고객의 경험 자체가 마케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입소문마케팅(Word of Mouth) 과도 흡사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자체다. 누구도 자기 지인에게 스팸차단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스스로 경험해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을 공유하고 뿌듯함을 느끼고자 할 뿐이다.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곧 브랜드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다.




자, 그럼 다시 CJ ENM으로 돌아와 보자.


<오가닉 마케팅>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네트워크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단순히 고객들의 연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뿐 아니라 주변 모든 사물들의 연결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사물인터넷을 떠올리면 된다. 아마존의 경우는 알렉사를 이용해 이미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든다'라는 목적을 일부 달성하고 있다.


CJ는 어떤가? 생활 곳곳에 퍼져가는 '문화를 만든다'라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CJ ENM은 그 중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비전은 크게 보면 아마존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또한 이런 비전은 엔터테인먼트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국내 영화 중 극장에 걸리는 대다수 작품에는 오프닝부터 CJ로고가 등장하고, TV에서 케이블 쪽으로 채널을 돌리면 CJ ENM의 채널들이 득세하고, CJ 산하에 있는 음악 레이블도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과연 CJ가 아마존만큼이나 열성팬들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CGV의 관을 독식하곤 하는 CJ 영화들은 대기업의 횡포라며 부정적인 인식만을 낳았고, 생활 전반에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일념을 지키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영 힘을 쓰지 못하는 사업군들도 존재한다. (e.x. 프레시웨이)


CJ가 정말로 국내, 아니 더 나아가 글로벌 고객들의 생활 전반에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 고객들의 생활 패턴과 인식에 대한 탐색과 새로운 혜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판에 박힌 컨슈머 리포트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타겟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어떤 순간에 문화생활을 즐기는지와 같은 일상 곳곳의 '모멘트'들을 살펴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CJ ENM의 경우는 오쇼핑과의 합병 이후 '쇼핑'이라는 직접 구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얻기가 용이해졌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함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이를 어떻게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활용할 것인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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