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통치료를 종결하며
휴재를 거듭했습니다. 글 쓰는 것은 운동과도 같다며 어서 몇 자라도 쓰라고 독려 메시지가 오네요. 그간 짧게 여행을 다녀오고, 다녀와선 몸살에 장염 증상이 더해져 몸져누웠거든요. 몸살은 한 달 반 만에 또 왔습니다. 괜히 으슬으슬해지면 틀림없어요. 타이레놀은 늘 쟁여 놓아야 돼요. 별수 있나요? 조선시대였으면 생을 마감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운동의 강도를 높여야겠습니다.
이주의 사건이라면, 아무래도 어제 '감행한' 감통수업 종료입니다. '감행'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선생님이 아닌 제가 먼저 종료시켰기 때문입니다.
고망이 27개월에 상호작용이 약하다는 이슈가 붉어지며 시작한 첫 치료 수업이었습니다. 치료실은 작은 체육실 같기도 하고 실내놀이터 같기도 합니다. 볼풀과 미끄럼틀이 있고 벽에는 암벽 타기와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네, 트램펄린, 허들도 있고요. 그 외 보드게임과 장난감, 워크북도 있어요.
감각의 밸런스가 안 맞아 어떤 감각은 너무 예민하고 어떤 감각은 너무 무뎌서 상대와 세상을 편하게 인식하고 소통하는 걸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부분이 안정화되도록 신경과학적으로 고안된 대소근육 활동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2년 여 동안 의사소통이 많이 좋아졌고 어린이집에서도 단체 활동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는 상담도 크게 할 게 없더라고요. 선생님이 주로 하시는 말은 "오늘 이거 이거 과제했는데 잘했어요~" 그러다 보니 잘하고 있는데 왜 치료를 받나 하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쯤 전에는 요즘 어떤 것이 과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충동성과 주의력 문제가 많이 보여서 그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라고 하시네요. 뭐 그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긴 합니다.
언어나 놀이치료의 경우는 제가 보기에 가시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집에서나 주변 이웃이나 어린이집에서 문제없이 의사소통한다면, 놀이는 또래들과 그럭저럭 잘 섞여 놀고 문제 상황을 겪더라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해결한다면 종료겠지요.
하지만 감통은 상호작용, 일상생활 영위에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전문가 아닌 이상 종결을 판단하기가 애매합니다. 게다가 고망이의 즐거운 초등생활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직도 한창인 마당에 치료 수업을 추가하긴커녕 뺀다는 것이 불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베스트는 주치의의 의견을 듣는 것이겠는데 내년에나 만나 뵐 수 있는 스케줄이네요.(그분이 주치의가 될지도 장담 못함)
하여간 의문은 계속 마음속에 있었지만, 치료를 중단할 시엔 지금껏 조화롭게 통합을 이뤄가던 그 감각적 체계가 다시 무너져서 도루묵이 된다는 불안감(실제 그럴 수 있다고 들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하면 좋은 거니까 굳이 종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치료가 있는 시간 직전에 어린이집에서 축구 수업을 개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축구는 해야지! 그리고 수업을 연이어 하면 너무 힘들어서 안 되지.' 의외로 이렇게 감통 수업을 정리하자는 판단을 내렸네요. 그러니까 불안감을 이기고 내린 결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불안감을 이기기 위해 정리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어요)
1. '이 수업이 필요한가' 하는 5개월 이상 계속된 의문
2. 어차피 그곳도 불안을 미끼로 영리를 추구하는 곳
3. 충동성과 주의력 부족으로 어린이집에서 부정적 피드백 받은 바 없음
4. 사교육장, 실전에서 부딪혀볼 때가 되었다!
축구 수업 개시가 도화선이 되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판단이 끝난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망아, 다음부터는 여기서 안 놀 거야. 오늘 마지막으로 논 거야."라는 말에 무관심하게 "네~"하는데 어쩌면 고망이는 이미 준비가 끝났는데 제가 준비가 덜 되었던 건지도요.
고망이 전문가는 이 고망이 에미입니다. 저를 믿고 고망이를 믿고 필드로 내보내 보겠습니다. 파이팅!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