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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Mar 14. 2022

TRPG 알못의 첫 플레이 체험기

에디터가 직접 TRPG의 세계로 입문해봤습니다. 

텀블벅에 입사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마케터 베리(Berry). 책부터 소품, 음반 등 평소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후원한 파워 유저로서 텀블벅 프로젝트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알쏭달쏭한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TRPG’인데요. 게임 분야 내에서도 ‘보드게임' ‘모바일 게임' 등은 뭔지 바로 알겠는데, ‘TRPG’는 어떤 장르인지 알쏭달쏭하더군요. <던전월드><크툴루의 부름><던전즈 & 드래곤즈> 같은 프로젝트가 수천 명의 후원자를 모을 정도로 인기있는 게임 장르인 만큼 계속 모르고 지낼 수는 없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건 알겠는데, 보드게임과는 정확히 어떻게 다른 것이고, TRPG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게임 분야 아웃리치 매니저 잭슨(Jackson)의 도움을 받아 TRPG의 세계로 입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에디터를 이끌어줄 마스터의 이름은 J. 그는 학창 시절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TRPG 룰을 기반으로 한 만화 《로도스도 전기》를 읽고 TRPG에 빠지게 됐다. 대학생 때는 학생회 선배로서 후배들과의 소통을 위해 TRPG를 입문시킨 전적이 있다. 오늘은 텀블벅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입문시키기 위해 회의실로 힘차게 등장했다. 능숙하게 사람들을 TV가 잘 보이는 중앙에 동그랗게 둘러 앉히는 모습은 과히 마스터다웠다. 오늘 그가 준비한 TRPG는 입문자를 위해 룰을 쉽게 수정한 버전이다.


TRPG는 ‘Table Role Playing Game’으로 간단히 말하면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 롤플레잉(역할극) 게임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룰북이라는 안내서, 게임의 진행을 돕는 마스터, 마스터를 제외한 3~4명의 플레이어 그리고 주사위가 필요하다.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연극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룰북은 대본과 같다. 룰북에는 게임 속 세계관에 관한 설명과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다만, 정해진 대사가 없다는 게 연극과 다른 점이다. 연극이 정해진 결말 안에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라면 TRPG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가깝다.


이때 현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몰입을 도와줄 진행자를 ‘마스터'라고 부른다. 익히 아는 마피아 게임에서 게임의 진행을 돕는 사회자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마스터를 제외한 3~4명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참여해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플레이어들은 룰북에 서술된 캐릭터를 해석해 자신의 말투와 행동을 정한다.


여기서 잠깐. 연기라니? 에디터는 다소 낯을 가린다.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못하면 플레이를 할 수가 없나요?”

“제가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도와드릴게요. 캐릭터가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게 마스터의 역할이기도 하거든요.”


갑자기 19세기 마을에서 들릴 법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마스터는 우리를 ‘고블린의 동굴’로 안내했다.


이 세계는 드래곤과 엘프가 살아 있는 세계, 지금부터 여러분은 한 마을의 모험자로서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바뀌었고, 웅성대던 사람들은 모두 숨죽이고 마스터의 말에 집중했다. 이어서 마스터에게서 지령이 내려졌다.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을 룰북의 세계관으로 인도하고 자신이 맡은 인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는 한때 번성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고블린의 침략에 의해서 황폐화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나온 곳은 여관이고요. 영주의 성, 양계장, 버려진 신전, 세브론 산림, 폐가 중 어디에 방문할 것인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십시오.”


이야기를 나눌 때 플레이어는 각자가 설정한 캐릭터에 맞게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디터의 경우 ‘프로그'라는 개구리 캐릭터를 맡았는데 인간의 말이 제대로 패치가 안 되어 반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직장 상사와 반말로 대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가능하다. 더이상 나는 내가 아니다. 모험을 떠나게 돼 신나서 폴짝대는 개구리다.


“지금 배가 너무 고픈데 양계장에 가서 닭이나 잡아 먹자! 개굴”

“세브론 산림에 가보는 건 어때요? 혹시 모르지 보물이 있을지?”


회의가 길어지자 다시 한번 마스터가 개입한다. 마스터는 시간 내에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갈 의무가 있다.


“어이 여행자들. 나 여기 병사인데 우리 영주님께서 자기들 잠깐 보자 그러네?”


우리는 영주의 성으로 가기로 했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상황에서 주사위를 통해 공격/방어/행운 등의 액션을 취한다. 예를 들어, 영주의 성에서 만난 ‘고블린’이라는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화살로 공격해야 한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가 3 이상이면 고블린이 화살에 맞는 방식이다. 이때 주사위를 던질 사람은 어떻게 결정하느냐? 캐릭터의 강점에 따라 결정한다. 엘린이라는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공격성 +1을 갖고 있었기에, 숫자 2만 나와도 공격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캐릭터의 속성에 따라 스토리 내에서 주 역할이 달라진다.


이어 고블린을 무찌르고, 비밀상자를 열기 위해 머리를 모아 암호를 푸는 과정을 거쳐 고블린의 동굴을 클리어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2시간이 지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나로밖에 존재할 수 없잖아요? 직장인 김민수씨 말고, 이세계 김민수씨에 대해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거예요. 근데 TRPG는 나 이외의 다른 인물로 존재하게 해줘요.


오늘의 게임을 이끌어준 J는 TRPG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J의 말대로 잠시뿐이었지만 나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서 전혀 다른 인물로 살아보는 건 이전엔 겪어본 적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드라마, 연극, 영화, 책은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반면 TRPG는 직접 다른 인물과 상호작용하며 행동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포인트다. TRPG는 플레이 시간도 매번 다르다. 1~2시간만 플레이하고 끝낼 수도 있고, 무한으로 연속해서 플레이할 수도 있다. 같은 플레이어와 다시 한번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에 따라, 행동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스터에게 듣는 설명으로 플레이어들은 머릿속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플레이를 끝내고 각자의 소감을 나눠 듣는 시간이 재밌을 수밖에 없다. 게임 이후 소감을 말하는 동안 사람들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모험이기에 잊을 수 없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나를 연기해보고 싶고, 탄탄하게 잘 짜인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부담 없이 TRPG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집으로 돌아와 자려고 누웠는데,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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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집 홍 비

인터뷰이 및 이미지 Jackson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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