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분야 누적 펀딩 2억을 달성한 청현 창작자의 촬영 가이드
보통 패션 브랜드 룩북 사진이라고 하면 깔끔한 스튜디오에서 완벽한 조명 아래 촬영한 사진이나,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모델들이 떠오르죠. 하지만 요즘 텀블벅에서 잘 되는 패션 프로젝트를 보면 실생활에서 찍은 듯한 현실감 넘치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패션 분야 누적 펀딩 2억을 달성한 청현 창작자 또한 직접 모델로 나서며 자연스러운 일상컷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즐겨 찾는 데일리룩 계정을 보는 듯한 사진들로 후원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갔지요.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사진과 텀블벅에서 어필되는 사진은 어떻게 다를까요? 패션 분야 초심자를 위한 사진 촬영 가이드를 부탁드렸습니다.
청현 팔로우
어렸을 때 물려받은 한복에 반해 직접 한복을 짓게 된 디자이너.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한복을 입게 되기를 바라며 한복에 현대적 요소를 더해 한 벌 한 벌 짓는다.
타겟의 차이입니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패션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타겟으로 합니다. 일반 쇼핑몰(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동대문에서 사입해 판매하는 경우) 의상과 차별되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촬영에 많은 시간과 자산을 투자하죠. 반면 일상에서 많이 접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쇼핑몰에서는 잠재 구매 고객이 사진을 보고 자기 자신에게 대입해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일상적인 모습을 컨셉으로 촬영합니다.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는 만큼 타겟에 따라 달라질 듯합니다. 청현의 경우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의 옷이 아닌 만큼 ‘한복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했기에, 일상에서 한복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 상상을 돕기 위해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들을 많이 찍어 예시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또, 주 타겟 고객이 한복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 모델보다는 한국 모델이 착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더 어필하기 좋다 판단했습니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 기본적으로 패션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 타겟
일반 쇼핑몰: 자기 자신에게 대입해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
텀블벅: 타겟에 따라 다름. 청현의 경우 일상에서도 한복을 입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일상 사진 활용
처음 펀딩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민망할 정도로 정말 소소하게 촬영을 시작했어요. 주변에 모델을 부탁할 친구도, 새 모델을 섭외할 자금도, 카메라를 구입할 자금도, 스튜디오 대관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모든 것을 자급자족했습니다.
고급 DSLR 대신 아이폰 카메라를 이용했고 깔끔한 스튜디오 대신 좁은 제 원룸 방에 원단을 길게 드리워 배경을 만들었습니다. 모델을 고용하는 대신, 직접 제가 모델로 서기 위해 다이어트도 꾸준히 했죠. 남자 모델은 동생에게 부탁하기도 하고요. 스스로 모델을 서니 디자인하면서 상상했던 분위기로 의상을 표현할 수 있어 촬영 결과물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첫 번째 펀딩 이후부터는 여유 자금이 생겨 새롭게 사귄 친구에게 모델을 부탁하고 모델비를 지급했습니다. 스튜디오도 깔끔하고 넓은 곳으로 대관하여 장소의 퀄리티를 높여 촬영했습니다. 그 이후 연속적인 펀딩으로 여유 자금이 생길 때 마다 카메라, 조명 등 사진의 퀄리티를 높일 장비를 구입해나갔어요.
*스트로보: 카메라 조명 보조장치입니다. 카메라 바디에 고정하여 사용하거나 다른 조명 보조장치와 함께 빛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도, 보조장치 등을 이용해 빛을 고르게 분산시켜 전체적으로 화사한 사진을 찍거나, 세게 터트려 밤에 플래시를 받은 듯한 사진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촬영에도 기획이 필요합니다. 컨셉이 명확하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연출하고 촬영해야 할지 우왕좌왕 합니다. 저는 촬영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왔으면 하는지 구체적인 컨셉을 정하고 상기하면서 그에 맞게 저예산으로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Case1. 옷에 집중이 되어야 하는 사진
옷 자체에 집중되어야 하는 사진은 소품이 거의 없거나 옷이 잘 보일 수 있는 깔끔한 배경에서 촬영합니다. 그러나 이 사진으로 옷을 설명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고객이 입었을 때 일상과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Case2. 착용 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사진
후원자에게 보다 현실적인 일상 사진을 보여주면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예상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카페, 마트 같은 일상과 밀접한 장소에서 보조 설명 격인 촬영을 합니다. 지금은 고급 장비를 샀지만, 처음 언급처럼 한복이 일상에 녹아든 듯 생생한 일상컷을 전달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높은 퀄리티의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아이폰을 적절히 섞어 촬영하고 있습니다. 첫 촬영 때 카메라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아이폰 11 프로 맥스를 사용해 촬영했습니다.
✓ 발 끝은 화면 하단에, 머리 부분은 중앙에 두고 머리 끝을 1/3 지점에 맞추기
카메라의 왜곡을 가장 잘 활용하면 모델컷을 찍을 수 있습니다. 먼저, 카메라 설정에서 ‘격자'를 켜주세요. (아이폰: 설정>카메라>격자) 그리고 발끝은 화면 하단에 맞추고, 머리 부분은 중앙에 두고 머리 끝을 1/3 지점에 맞춰 촬영해 주세요. 화면 가장자리에 위치할수록 길어져 보이는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다리는 화면 가장자리에 맞추어 길어 보이고, 반대로 머리는 작아 보입니다. 전면, 후면 카메라 모두 동일하게 적용 가능해 셀카도 비슷한 원리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촬영 가이드는 여기까지입니다.
패션 프로젝트 초심자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모두 응원합니다!
핸드폰으로만 촬영한 청현의 첫 프로젝트는 어땠을까? (클릭)
글, 사진 청현
편집 홍비
디자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