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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과 채찍 Feb 06. 2021

모순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모순'을 읽고

출근길에 내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진상 운전자, 뜬금없는 내용으로 항의하는 고객, 특이한 맛이 인상적인 곤드레밥, 답답하게 만드는 동료 직원의 한마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우리는 많은 일들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고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각과 감정들은 잠들고 나면 잊힌다. 경험은 가장 좋은 인생의 교과서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경험에서 적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경험에 의한 배움은 날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한다. 주변에서 다양한 일을 주기 때문도 있지만, 더 이상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내 앞을 갑자기 끼어든 진상 운전자는 오늘 처음 본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수차례 보았고, 나중에도 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하지만 이내 곧 잊는다. 이렇듯 일어나는 일들이 나의 배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모순>의 안진진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민감하지 않은 듯하면서 삶에서 여러 교훈을 배운다. 배우자를 찾는 특별한 상황이라서 삶에서 습득하는 것이 다르지 않았을까 한다. 안진진처럼 그런 특이한 상황이 아니어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평범함 속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주변의 것들을 비틀어 보는 시각으로 살아가 봐야겠다.




  김연아, 손흥민, BTS.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린다. 꾸준하게 자신의 분야를 연습하고 발전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일관성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곧게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서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동경한다. 우리가 스타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성공이라는 요소와 함께라서 그들의 일관된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일상에서 보는 주변에서 자신만의 일관된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한쪽으로만 치우쳐져서 꽉 막힌 인생으로도 보인다. 가수를 동경해서 10년 넘게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사는 지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삶을 응원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기간이 길어지면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은 답답해한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성공을 동경하는 것이지, 일관된 삶을 동경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일관된 삶으로 살아갈 수 없어서 자신의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모순에 휩싸여서 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답답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절대적인 법칙이나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순의 간극을 좁히거나 모순 그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안진진도 배우자로서 정반대의 사람을 후보자로 생각한다. 심지어 한 명은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인데도 호감을 느낀다. 자신의 삶에서 모순적인 요소가 있어도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적어도 한쪽면만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윤여정은 윤스테이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은 같이 간다.'라고 이야기했다. 젊을 때는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름다움은 슬픔과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린다. 젊은 시기에는 우정, 사랑, 꿈과 같이 많은 것들이 아름답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것들의 의미가 옅어지고,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늙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젊은 시기의 아름다움은 의미가 없을까? 늙어가면서 슬픔이 찾아오는 건 의미가 없을까? '메멘토 모리-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죽음을 생각하면서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영원한 존재라면 우린 시간을 얼마나 허비할지 상상할 수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선이 있으면 악이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모순되는 존재가 있다. 하나의 측면으로만 존재하는 건 없다. 모든 것들은 반대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기에 긍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모순은 단순하게 배반적인 관계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모순으로만 세상을 보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흰색과 검정이 있지만 중간에 회색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모순에 둘러싸여 있지만 모순에 휩싸이지 않고 모순되는 요소의 중간을 바라보고 다른 삶을 바라보자. 중간의 범위를 알고 어떻게 삶에서 적용할 것인가라는 게 모순이라는 책이 나에게 준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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