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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Jun 12. 2023

보행기의 시작

보라의 산행기록, 혹은 여행기록

제주에 내려온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사실 딱히 적응이랄 것도 필요 없는 듯 별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별다르지 않다는 건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별다름'을 찾고 싶어졌다. 결국 반복될 이 일상을 위해 내가 제주행을 선택했던 건 아니니까.


그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제주는 6시 이후 영업하는 카페 등을 찾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거기에 차가 없인 이동하는 것도 힘들고. 제주로 내려와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지만, 저녁만 있고 그 저녁을 알차게 보내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는 것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이런 환경에서 거의 평생을 올빼미형으로 살아온 내가 자연스레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는 거다. 이른 오전, 그리고 해가 지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까. 물론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일자리가 이른 출근시간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출근하고, 쉬는 날 곳곳을 다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산행도 포함됐다. 일주일에 하루를 겨우 쉬던, 그것도 평일 하루였기에 좋아하는 산행조차 포기했던 지난 서울 생활이 너무 억울했다. 제주엔 또 한라산이라는 멋진 산이 우뚝 솟아있으니까. 힘들어도 올라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물론 당분간은 제주의 산행기가 주가 될 테지만, 중간중간 다른 산행도 함께 섞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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