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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품상회 May 22. 2019

20만원으로 이렇게 먹을 수 있다고? 중국 먹방여행

유랑 일기

50만 원으로 떠난 중국 웨이하이 1화 다시 읽기


먹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여행할 때 그 나라 대표 음식을 먹어보지만 딱히 당기지 않으면 잘 안 먹는 편이다. 지금 먹고 싶은 게 더 중요하다. 여행하다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한국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다니" 그렇지만 한국 레스토랑을 발견하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들어가 버리는 걸 어떡해. 이처럼 호텔 조식에서 신라면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비록 라면 국물과 면이 따로 놀았지만.


배불리 먹었으면 자야겠지?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어제 너무 피곤했으니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며 쉬기로 했다.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음료가 있다고 하는데 뭔지 몰라서 라떼를 주문했다. 아는 게 없네. 아침에 식사하고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잠을 깨우기 위함이 아니라 즐거운 여행을 위한 휴식이. 

환치루에 갔다. 환치루는 웨이하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지다. 계단이 300개가 넘는다고 해서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여권을 보여주면 무료라는 점!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더 행복해 보였다. 비눗방울로 뛰어놀고 유치원에서 단체로 온 듯 빨간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선생님이 한 명이 앞에서 찍어주는데 열정이 대단하다. 한국은 단체사진만 찍어주는데.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 한 아이는 엄마를 찍어주고 있고 옷을 두껍게 입어 유모차에 껴있는 아이까지. 너무 사랑스럽다. 놀이터만 가도 아이들이 별로 없는데 역시 중국은 다르다. 가족과 함께 하며 어딜 가나 아이들이 많다. 사람들이 좋아서 일까. 주변 분위기가 온통 밝아 보인다.


택시 탈 때 미터기 켰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터기를 확인하지 않으면 내릴 때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 다행히 웨이하이는 사람들이 친절했다. 국제 해수욕장에 도착.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모래로 덮어주는 어머니,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는 친구, 혼자 물장난 치는 아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미세먼지로 온통 뿌옇지만.

바다 보는 것도 좋지만 국제 해수욕장에 온 목적은 따로 있다. 랭면집 꿔바로우와 냉면을 먹기 위해! 하공대 뒤에 있는 랭면집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관광객 사이에서도 유명한 맛집이다. 먹어보면 왜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먹는지 알 것 같다. 소스가 뿌려져 있어도 바삭바삭하며 “와, 진짜 맛있다” 한마디만 내뱉고 아무 말 없이 먹게 된다. 한국에서도 계속 생각나는 맛. 이 글을 쓰는 내내 주영이와 꿔바로우 생각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비행기를 조금 더 비싸게 주고 구매했으니 비행기가 저렴할 때 꿔바로우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 냉면과 바지락 볶음도 말이 필요 없다. 바지락 한 입 먹고 칭따오를 마셔야 하는지 고민할 때 꿔바로우가 나왔고 우린 결국 칭따오를 주문했다.

랭면집에 갔다가 근처 하공대 5분 정도 걸었다. 걸었으니 다시 먹어야지. 이번엔 일미꼬치에서 양꼬치 먹으러 갔다. 꼬치도 맛있었지만 돼지갈비랑 소가 더 맛있었다. 진짜 너무 순식간에 식사가 끝나버릴 정도로. 맥주랑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저 순생은 칭따오 생맥주인데 도수가 높지 않고 부드러워서 가볍게 마실 수 있다. 


야시장에서 뭐 사갈까?

양꼬치까지 먹으니 벌써 저녁이다. 버스가 빨리 끊겨서 내렸던 버스정류장에서 10분가량 걸었다. 매번 느끼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내일이면 우리 여행도 곧 끝난다. 지금 당장은 행복하지만 내일의 현실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오늘을 최대한 잘 즐기고 싶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제 먹었던 굴구이와 가리비를 구매하러 야시장에 갔다. 어제 미리 구매한 칭따오와 함께 하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오늘도 역시 먹는 걸로 시작해 먹는 걸로 끝난 여행이다. 어제보다 빠르게 여행 마무리를 했고 침대에 누웠지만 자진 않았다. 최대한 늦게 잠들고 싶다. 이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오늘도 빠지지 않는 조식. 버섯을 좋아하는지라 버섯볶음과 계란, 만둣국을 먹었다. 과일까지 먹으니 든든. 역시 일어나자마자 먹는 밥은 꿀맛이다. 운동은 하지 않을 거지만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헬스장에 갔다. 너무 조용해서 잘못 들어왔나 싶었는데 헬스장이 맞았다. 좋은 뷰를 보며 러닝머신 하는 상황을 상상했는데. 아니구나. 예전 우리 학교 기숙사 헬스장이 이랬다. 어두컴컴하고 운동기구가 붙어 있어서 옆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고 해야 하나. 바로 숙소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쉬었다. 밥 먹으러 가는 것도 피곤하고 정리하는 것도 피곤하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피곤하다니. 세월이 무심하구나. 비타민 좀 챙겨야지.


야시장 건너편에 있는 이곳 베이커리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들어오자마자 눈으론 빵을 보며 코로 빵 냄새를 맡고 입으로 “대박”이라고 말했다. 방금 밥 먹어도 다시 배고프게 하는 힘. 밀크티를 주문했다. 중국이 차를 많이 마신다고 알고 있는데 찻집은 별로 없었고 생각보다 밀크티는 연했다. 물맛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공차 먹고 싶다. 여유롭게 먹다가 위해 공원까지 소요시간을 계산하니 애매해졌다. 케이크를 먹다 남기고 막 뛰었는데 우리가 매장 밖으로 나오니 버스는 이미 가고 있었다. 결국 택시를!

우리가 웃는 포인트가 좀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왜 웃기지? 할 때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우린 여행 계획을 세우다 위해 공원을 알게 되었고, 액자가 너무 크단 이유로 엄청 웃었다. 실제로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데 우린 보자마자 엄청 크다며 또 한 번 웃었다.  그 아래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방황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바다는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더 걸어가면 등대공원이 있는데 슬슬 걸어다가 도착 전에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냥 시내에서 점심 먹고 맥도날드에서 파이랑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다리도 아팠고 배고파서 눈에 보이는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초밥은 맛있었는데 볶음 우동은 별로. 괜찮아. 맥도날드에서 파이 먹으면 되니까. 아이스크림은 장미맛이 났는데 되게 맛있었다. 진짜 먹으러 온 여행. 


먹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한국에서는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잔액을 확인하면서 먹고 싶은 걸 참을 때가 많았다. 그러곤 생각하지. "먹고 싶은 걸 고민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야겠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돈 걱정과 막막한 일 투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짧은 휴식으로 기분은 좋아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만 아닐 뿐이지 중국에서 한국과 다르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었다. 중국에서 남은 여행경비를 확인하며 밥 먹었고, 때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먹고 싶은 걸 먹었다. 한국에서 잔액을 확인하는 것처럼. 


주말을 함께 보내는 가족과 공원 산책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보낸 주말을 생각하게 했다. 예전엔 짧게라도 놀곤 했는데 요샌 피곤하다며 집에서 쉬거나 밀린 글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점점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행할 때마다 생각한다. 짧게 여행하든 길게 여행하든 여행은 결국 일상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고. 나도 그들을 일상을 보면서 함께 하는 것과 잘 먹는 것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면서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나를 봤을 때 내 일상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웨이하이 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보통 여행 마무리는 창문 보며  내가 즐긴 여행을 곱씹었는데, 버스에서 계속 자기만 했다. 그렇게 빡센 여행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졸린지. 잘 먹어서 그런가. 담엔 관광지도 포기하고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안녕 웨이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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