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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Jun 12. 2019

왜 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가

인생은 운칠복삼일세



어느 소설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

"왜요?"

"귀찮을 것 같아서"


아마 무라카미하루키 단편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제목도 기억이 안난다. 대낮에 피스타치오 까먹으면서 맥주 마시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20대는 귀찮은 일 투성이다. 공부도 해야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남들이 여행 좋아한다니까 어디 배낭여행도 가야하고 말이지. 게다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한다. 게다가 남자면 군대도 가야한다. 몇년 지나면 취직걱정에, 쓰지도 않을 토익이니 하는 시험들로 스펙도 만들어야 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들은 다 모인 것이 20대였던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해야 할 20대는 사실 생각해보면 영 귀찮은것만 잔뜩 있다. 그래서 나도 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느즈막하게 대학원에 가니, 어느덧 20대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전공한 과목은, 사실 태어나서 유일하게 해보고싶었던 것이라 정말 밤새도록 재미있게 연구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돈도 주니, 그냥 연구만 주구장창 했으면 되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에는 해당 연구분야가 당시에는 완전 비주류라 결국 돈 따라 취업을 했다. 지금은 어느새 해당 학문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문중 하나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인생이란 타이밍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막바지에 취업을 했는데, 뭔 경쟁률들이 그리 높은지 툭하면 100대 1이었다. 어쨌든 취직은 했지만, 뭐랄까 상당히 심한 계급사회같은 업종에서 최하단으로 시작했다. 일하면서 자존심 상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일은 개인적으로 재미있어서, 자발적으로 퇴근을 새벽에 하기도 하고 해외에 책을 주문해서 처음 3~4년간은 학교다닐 때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았다. 일년에 관련 전문서적만 100~200만원어치씩 사들였으니 학교다닐때보다 회사다니면서 산 원서들이 더 많았다.


재미있게 일을 하다보니 얼마 안되어서 더 재미있는 자리에 갈 수 있었다. 사실 높은 분 덕에 낙하산으로 갔다. 나를 억지로 뽑는다는 표정으로 면접을 보시던 직장상사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나중에는 나한테 제일 잘해 준 분 중 하나였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운" 이다. 세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운이란 확률이다. 확률이 낮은 것을 원하는 경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확률을 높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 전자는 노력에의해 약간 올라간다, 후자는 노출에 의해 올라간다. 확률사건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이면 해당 이벤트가 일어나기 쉬워진다. 어차피 인생의 전환점은 한번만 일어나면 되지, 평균적으로 100번씩 일어날 필요는 전혀 없다. 직장생활을 할 때 왜 정치에만 골몰하고 노력은 많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력파들보다 자주 출세하느냐 하면, 노력은 단기간동안 속이기 쉽지만 노출은 움직이기만 하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 성과는 노력에 수렴한다. 다만 노력하기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20대에게 노력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노력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노출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술마시는 노출은 부패한 조직 외에서는 효과가 별로 없다. 하지만 건전한 노출들도 많이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한다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은 과정에 90%가 있고, 결과에 10%가 있는 편이다. 그걸 일찍 깨달을수록, 본인의 인생이 좀 더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운이 좋아서, 해보고싶은 것 다 해보고 집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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