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을 Sold Out 이라고 쓴다고 멋져보이지 않는다.
한 2010년대부터, 회사든 어디든 사람들이 영어를 한국말에 많이 섞어 쓰기 시작했는데, 뭐 딱히 대응하는 한국말이 없는것도 아닌데 좀 과도하게 사용하는 감이 있었다.
외국계회사에서는 보통 외국인들도 같이 근무하는 경우나 이메일 작성이 영어라서, 매일 같은 단어를 쓰다보면 본인들끼리는 영어단어를 섞어 쓰는게 더 명확할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국계회사에서도 영어단어 쓸데없이 많이 섞어서 이야기 하면 좀 무식한사람 취급을 하기는 한다. 진짜 영어나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 특히 임원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하거나 외국출신이라고 해도, 한국말 할때는 영어 단어를 의도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게 영어를 잘 하면 잘 할 수록, 한국말 할 때 영어를 섞어쓰지 않는다. 미국 명문대 출신인 교포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경우에, 이들이 한국말 할 때 영어 단어를 섞어쓰는 경우는 특별한경우 (그냥 그 단어를 한국말로 모를 때)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반대로, 영어를 지지리도 못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할때 영어를 엄청 많이 쓴다. '컨펌' 이라든지 하는 말은 달고 산다. 뭐 발표를 시키면, 한국인 대상 발표인데 각종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쉬운단어가 있음에도) 섞어서 발표를 하는데, 창피해서 혼났던 적이 있다. 정작 영어로는 발표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한국에있는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니고,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들이나 단기체류하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교육수준이 높거나 영어를 잘 하는 재미 한인들은 한국어 할 때 거의 영어단어를 섞어 쓰지 않는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분들은 오히려 영어단어를 무진장 섞어 써서 뭔소린지 모르겠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대충 얘기를 좀 하다보면, 상대방이 대략 어떤일에 종사하는지 하는 한국말만 들어봐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편견에 사로잡히면 안되긴 하지만, 이건 참 잘 맞아떨어져서 나도 이상하다.
내가 한국말로 이야기 할 떄는, 최대한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내 모국어가 한국어인데, 영어단어를 섞어쓰는게 더 편하다면, 그건 한국어 어휘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자인하는 것이거나, 한국어로는 폼이 안나서 그렇다는 이상한 사대주의일 뿐인 것이다. 물론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안다. 신조어의 경우에 그게 미국에서 왔으면 그 단어는 써야지. 근데 이미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있는 단어나 동사를 왜 굳이?
한국 시내에서 카페나 식당에서 Sold Out 이라고 써두면 뭐 영어폰트들이 더 멋진게 많아서 저랬을까도 싶지만, 그냥 무식해보인다. 가격표도 10. 이나 20. 으로 천원단위로 쓰는 것도 뭔가 달러나 유로 흉내내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내가 예민한건가.
그냥 요새 하도 일상적으로 영어단어를 과용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번 써 보았다. 나도 가끔 생각안나면 영어단어를 쓰기는 한다. 나는 내가 한국 단어가 생각안나서 영어단어를 쓰게되면, 내가 무식해보이길래 이야기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