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무엇을 좋아하고 그래서 어떠어떠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계속 좋아하는 것들이 늘어나서 어찌어찌 하며 살고 있고~' 자기소개가 끝나자 호스트님이 짚어주셨다. 나는 취향이 중요한 사람 같다고.
사람마다 중요시여기는 것들이 다르다. 누군가는 안정감, 누군가는 명예, 누군가는 돈. 나에게 중요한 건 취향과 자유였다.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안정감이 훨씬 중요해서 그런 생각을 마음 한 켠에 잘 개어놓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이런 가치 판단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나는 이런 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선 사이드 프로젝트를 평생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취미가 많다, 점점 많아진다.
이곳저곳 다 기웃거리면서 맛만 보려고 해도 할 게 많다. 대학생 때 승마를 배우러 갈 때엔 강습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서울에서 남양주의 어느 한적한 시골까지 왕복하는 데에 4시간이 걸렸다.
강습을 받고 돌아오는 길엔 말이 달리고 난 그 위에 앉아있었을 뿐인데도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오가는 시간과 다녀와서의 휴식시간까지 필요하여 토요일을 전체를 비워뒀다. 1시간의 강습을 위하여.
커피 맛에 눈을 떠서 커피를 배우러 다닐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습시간은 3시간, 오가는 시간도 3-4시간. 수업을 마치고 커피를 배우러 가면-수업 교구들만 한 짐이라 무거워서- 손이 덜덜 떨려 핸드드립 물줄기를 정확하게 잡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뭔가를 배우러 가는 길은 즐거웠고, 언제나 기꺼이 갔다.
사이드 프로젝트, 취미? or 부업?
사이드 프로젝트란 본업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방법을 의미한다. 추가적인 수입을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는 부업과 구분된다. 물론 요즘에는 부수입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기인 것 같지만.
요즘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주일에 1번 3시간, 드로잉을 하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크릴 물감을 덧입히고 덧입히다 보면 3시간은 훌쩍 지나있고, 흰 도화지도 알록달록한 색깔로 꽉 채워진다. 덩달아 내 마음도 꽉 찬다.
사이드 프로젝트 역시 내 시간을 쏟는 일이다. 물론 본업에 더 시간을 투자하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겠지만, 언제나 나의 모토는 '즐겁게 일하자'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나를 위한 시간을 써야 생산성도 올라가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찬양한다.
나의 12월 사이드 프로젝트
홈카페 겸 북카페 겸 아지트 같은 곳을 만들자
독립서점 혹은 공방과 같은 작지만 따뜻한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곳에서 글도 쓰고 모임도 가지고 강의도 하고, 캬-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 그런 곳. 그래서 공간 하나를 꾸미려고 한다. 언젠가 멋진 공간을 갖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보다 어설프더라도 지금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랫동안 보관만 하던 러그를 꺼냈다. 불멍 느낌이 나는 모닥불 무드등을 주문하고, LP플레이어 겸 블루투스 스피커를 주문했다. 여기에 와플메이커까지! 주문한 물건들이 이제 다 도착했으니 내일과 모레, 이틀에 걸쳐 이 공간을 꾸며볼 생각이다. 이 공간에만 있어도 글이 술술 써지는 느낌이 들도록. 아! 화실에서 그린 그림들도 이곳 인테리어로 사용할 예정. 여기에 커피향까지 솔솔 난다면 금상첨화다. 우선 내가 사용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더 채우고 나면, 이 공간에서 클래스도 열고 모임도 열고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