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티 교육의 차별성 #2. 로티 교육의 가치, 존중과 기다림에 대하여
개인은 저마다 기호 또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감수성이 가득한 드라마나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고, 먹거리의 경우 아귀찜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아귀찜은 먹을 때 무슨 맛으로 먹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처럼 내가 어떤 것에 선호도를 가지게 된 이유는 분명히 그런 느낌을 가질만한 사건이 있었고, 기호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다양하게 시도해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얻어낸 하나의 성취이자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 선택하고, 경험하고, 결과를 보며 배워나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당신의 감정과 삶의 태도 또한 한 번에 정해진 것일까?
처음 사랑에 빠졌던 마음을 기억하는가? 첫 이별의 상황과 감정이 떠올려지는가? 그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지금 당신의 태도나 판단의 기준과 비교해보면 사뭇 다를 것이다. 우리 모두 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적, 학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과 인생에 대한 태도 또한 연습을 통해 다듬어진 것이다. 우리 눈앞에 있는 청소년들 역시 주변 세상의 변화, 삶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내면에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 이 모든 것들을 대하기에는 서툴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대해서 객관화하는 힘도 부족하기에 더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사람들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로티는 또래 친구들과 형성된 공동체 안에서, 윤리적인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우선 장려한다. 이 감정과 행동이 간혹 과도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가치판단으로 흔들린 결과물이라면, 자신의 선택과 로티가 추천하는 선택을 제안하여 청소년들로 하여금 선택을 통한 결과를 비교하게 한다. 비판적 사고가 끝나면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워 스스로가 올바르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하게 하고자 한다. 로티는 정답을 주기보다는 청소년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올바른 기준을 스스로 정립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를 때까지 믿고 기다린다.
인생에는 정답이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우리 모두 하면 안 되거나 위험한 길이 어떤 길인지는 알고 있다. 모두 직접적 간접적 경험을 통해서 그 결과를 빠르게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는 자녀들 또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거나 서툰 선택을 할 때, 개인이 알고 있는 정답에 기반하여 ‘이것이 답이다’라고 제안하곤 한다. 하지만 정답을 바로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미래에 아이들에게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일 수 있다. 도서 <10대의 뇌>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학습의 욕구로 충만해 있지만 근거나 논리는 굉장히 부족한 상태이다. 이 상태가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바로 정답을 알려주게 되면, 아이들은 왜 안되는지 궁금해하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더 큰 위험에 도전하게 된다. 차라리 해로울 것 없는 작은 일을 통해 경험하도록 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작은 시행착오에서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기회와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훨씬 좋다. 로티에서는 아이들이 목표를 정하면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들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경영에서 사용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처럼 인생에서 나중에 큰 값을 지불하지 않고도 설령 진로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잘 맞는지, 또 올바른 것인지 질문하고 시도하도록 격려한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살 것인지, 무엇을 이룰 것인지도 로티에서는 존중하고 기다리면서 시행착오, 즉 경험을 통해 가르친다.
우리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또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훈육한다. 하지만, 로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행동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되,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주고 결과를 통해 스스로 배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정의 중요성과, 올바른 동기, 그리고 의미부여를 통한 배움을 전달해주고자 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시시하고 한없이 이해 안 될 고민과 행동들은 우리 역시 옛날에 해보면서 배운 것들이다. 우리도 호기심을 채우고자, 혹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방향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로티는 위험하지 않은 수준에서 방황이 아닌 탐색, 그 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어렸을 때,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