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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17. 2020

빙수와 딸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어느 밤의 이야기

  당산역 근처에 빙수가게가 있다. 빨리 돌아가면 가게 문 닫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의도께부터 무릎이 아프도록 속력을 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다.


  아슬아슬하게 가게에 도착해 빙수를 포장 주문했다. 친절한 남자 직원이 야간근무의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도 싹싹하게 응대해 줘 좋았다.


  집 현관에 들어서며 딸에게 빙수가 든 은박주머니를 내미니 예상 못한 선물에 이 아이 좋아서 폴짝폴짝 꺄악꺄악 난리를 친다. 식탁에다 주머니를 올리고 허겁지겁 포장을 풀던 딸이 설마 하는 얼굴로 묻는다. "아빠, 설마 팥 든 빙수 사온 건 아니지?" 딸아이는 팥을 싫어해서 아예 먹지 않는다. 내가 아차 하는 얼굴과 목소리로 답한다. "아.....! 내가 또 왜 그랬지..... 아 놔...."  


  딸이 실망에 가득 차 포장을 푼다. 나오는 것은 물론 팥이 들지 않은 콩고물 인절미 빙수다^^


  딸이 꺄악 하고 좋아서 껴안으러 달려온다. 반포까지 왕복하고 온 자전거 져지가 땀으로 젖어있어 안아주지 않고 싱긋 안방으로 도망쳤다.


  빙수가 달다. 연유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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