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새벽에 비가 내리고 나니까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안가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요.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면서 좋은 영화들 함께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10월 1일까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을버전 폴링인전주가 시작됩니다. 저도 하루종일 영화를 보는 것으로 이미 예매를 서둘렀는데요.
폴링인전주,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전주라는 도시가 영화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굳혀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 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한승룡감독님의 영화 <오프로드>를 소개합니다. 이 영화는 또 제게 가르침을 주시는 전주대학교 영화과 한승룡교수님의 작품이기도 해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감회가 또 새롭기도 한데요. 영화<오프로드>는 촬영,편집,감독,연출진 모두가 오로지 전주에서 이뤄진 첫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번 축제와 함께 전주의 영화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준비해봤습니다.
영화는 제목 <오프로드>처럼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요새‘꽃길만 걷자’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꽃길이 아닌 흙길? 자갈길?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힘들고 거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윗선의 일을 봐주다 형을 살고, 그 충격에 쓰러진 아버지를 병간호하던 전직 은행원 성훈, 인생의 막다른길에서 큰 돈을 노리기 위해 은행 강도로 돌변한 철구, 그리고 성훈과 철구의 도피길에 뜻하지 않게 오르게 된 변두리 작은 모텔일을 봐주던 지수 세 인물입니다.
성훈은 낮에는 택시,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아버지를 보살피면서삽니다. 그리고 같은 은행에서 일하던 약혼녀는 성훈에게 5억을 불법으로 이체시켜줄테니 그 돈을 사용하라고 합니다. 안된다고는 하지만 성훈은 어쨌든 은행앞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죠. 그리고, 이체하겠다던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던 순간 성훈의 택시로 누군가 올라타고 성훈의 머리에 총이 겨눠집니다. 바로 철구인데요. 그렇게 성훈은 철구의 협박에 이끌려 택시를 출발시키고, 오프로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렇게 철구와 성훈은 함께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요. 어쨌든 성훈은 약혼녀가 말한 5억원 사기에서는 벗어난 셈이죠. 그런데, 총을 겨누던 철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보니 은행에서 난투극으로 총을 맞았던 겁니다. 그러자 성훈도 순간 돌변해서 총을 뺏어서 철구를 향해 쏩니다. 돈을 챙기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성훈의 택시는 목적지를 잃은 채 그저 도망길에 오릅니다.
결국엔 성훈도 철구와 같은 운명이 되어버렸고, 그러다보니 서로가 적대하고 총을 겨누던 모습에서 서로의 상처를 챙기는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성훈과 철구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던 거죠. 강도라던가, 총을 쏜다던가 그런... 그러다 자신이 쏜 총에 상처가 난 철구를 치료하기 위해 가까운 모텔에 들리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지수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차갑고 아픈 말로 쏘아대다가도 상처를 준 자신이 원망스럽고 상대에게는 미안하고. 영화에서는 총을 겨누고, 서로의 목적이 또 돈가방으로 그려졌지만 우리도 총처럼 아픈 말도 하고, 또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것처럼요. 그리고 지수 역시도 자신의 삶을 바꿔줄 돈가방을 훔쳐 누군가의 차로 올라탑니다.
뭔가 자신의 삶을 바꿔줄 것같은 희망같은 돈가방을 들고 모두 길을 떠나게 되는거죠. 그런데 모두의 질주가 그렇게 순탄치 않습니다. 성훈과 철구의 차는 덜컹거리다가 중간에 멈춰서기도 하고, 공사장 주변을 달리는가 하면, 지수가 올라탄 차에서는 다시 한번 총구가 겨눠집니다.
분명히 서로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지만,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상대에게 겨누는 느낌이죠. 성훈이 직장을 잃게 된 것도, 또 철구가 은행강도로 살게 된 것도, 지수가 변두리 모텔에서 일을 하게 된것도 모두. 서로의 관계에서온 문제는 아니죠.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리도 쉽게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나 다른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나 화를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풀거나 또 반대의 경우인 때도 있구요.
결국은 문제가 된 관계에서 해결하는게 아니라 그 문제를 못풀고 다른곳에서 화를 내기도 하죠. 영화 [오프로드]에서는 어떤 문제를 풀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실타래가 어디서 꼬였는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풀어서 이 울퉁불퉁한 도로, 오프로드를 벗어날 것인가? 그 고민으로 가득찰뿐이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까?라는 고민만 가득할 뿐 직접적인 해결방법을 만나지 못하는 때처럼요.
저는 영화에서 세 인물이 올라탄 택시가 정말 시원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그만큼 퍽퍽하고 힘든 세 인물의 삶이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이영화를 통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우리가 꿈꾸는 꽃길의 목적이 무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돈이나 물질, 보이는 것은 누군가 빼앗을수도 있지만 우리 마음에 있는 행복은 누가 훔치려해도 그럴 수 없는 '진짜' 행복이니까요.
마음의 '꽃길'이 우리가 그렇게 외치고 원하는 진짜 '꽃길'인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