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산책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낙엽이 바람에 날리고 단풍나무는 선홍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한시간쯤 걸리는 산책길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7시쯤 나서는 날은 주로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과 출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조금 늦게 나오는 날은 초등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이 있다. 어린이들은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산책이 다 끝나갈 무렵 벤치에 앉아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두 명을 만났다. 한 아이는 노트에 연필로 뭔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고, 다른 한 아이는 옆에서 뭘 쓸지를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너 숙제하는 중이구나!”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찌나 귀엽고 진지한 모습인지 이 경우는 안 통했다. 학교는 9시에 시작하니 아직 40분이나 남았다며 이 아이들은 한껏 여유를 부리는 중이었다. 숙제를 잘 못해와서 다시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숙제를 해가려는 마음이 대견해서 한참을 보다 헤어졌다. 모르는 아줌마에게도 '안녕히 가세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는 이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매일 아침 두 페이지의 글을 쓰는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를 알고있다. 글쓰기가 일상에 밀려 무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느 글쓰기 강사는 ‘모닝 글쓰기’를 해보라고 추천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무슨 글이든 써보는 것이다. 흥미로운 제안이었는데 나의 아침 루틴은 산책이다. 걷지 않으면 몸이 아파온다. 그래도 산책을 포기하고 모닝 글쓰기를 숙제처럼 하다 보면 나도 좋은 문장이 술술 나올까? 그러면 저 귀여운 아이들도 더 이상 못 만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