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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Jun 21. 2021

[UFN 정찬성 vs 댄 이게 리뷰]

타이틀 가자 찬성이형

  UFC를 보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2년전 그래플링을 처음 접하고,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영상을 하나씩 보게 되었고, 정신차려보니 페더급, 라이트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 랭킹권 경기는 거의 챙겨보게 되더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자국 선수가 출전할 때가 가장 재밌고, 이번 6월 20일 UFN처럼 한국의 대표 MMA 선수 정찬성 선수 경기는 알람까지 맞춰두고 봤다. 시험 밤샘 후유증에 오전에 일어나는건 힘들었지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졸음은 커녕 내 심장이 다 긴장되더라.


  정찬성 선수는 (내가 보기엔) 최고의 웰라운더다. 누가 들으면 타격도, 레슬링도 주짓수도 그럭저럭 할 줄 아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아니다. 정찬성 선수는 모든 MMA 스탯이 고르게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오늘 경기가 그 스탯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라 생각한다.


  1R 시작하자마자 정찬성 선수가 케이지 중앙에서 압박을 시작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오른손 패리를 장착하고 나오고, 앞손은 아래로 떨군 모습이다. 상체 중심이 앞으로 향해있어서 전형적인 복서 느낌이 나서 불안했지만, 헤드 무빙이 역시 월클이더라. 맷집, 스위칭을 바탕으로한 인파이팅형 복싱을 주로 쓰는 댄이게를 상대로 극카운터 타입 킥복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게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묵직한 잽으로 계속 압박을 넣어주면서 들어오면 레프트 훅 카운터를 노리고, 들어오지 않으면 카프킥을 차고 완벽한 운영이었다. 이게 입장에서 낼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보였다. 커버 올리고 돌진을 하자니 월클 카운터잡이가 앞손 훅과 오른손 어퍼컷을 준비하고 있고(정찬성은 카운터 레프트훅 - 라이트 어퍼컷을 정말 잘친다), 그렇다고 앞손 견제를 넣자니 리치와 거리싸움에서 지고, 카프킥은 주무기가 아닐뿐더러 몇 번 시도했으나 크게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제 생각할 수 있는건 주짓수 블랙벨트인 이게로서는 테이크 다운밖에 없어 보였다.


  이때 오히려 정찬성이 적극적으로 훅을 던지면서 들어가더니, 커버에 신경쓰는 타이밍을 잡고 테이크 다운에 성공한다.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1라운드를 어느정도 탐색으로 가다가 2라운드부터 불이 붙을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타격 전략이 굉장히 잘 먹히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태클 시도는 선택지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짓수 블랙벨트인 댄이게를 상대로 그라운드로 갈까 과연? 싶기도 했고.


  이후부터 3R까지는 1R의 연장선이었다. 돌진하면 카운터 치고(이마저도 맞어퍼, 훅을 내거나, 앞손 훅으로 돌려주면서 나오거나 선택지가 두가지였다. 역시 월클), 킥차면 거리 빼고, 빼면 다시 들어가 테이크 다운하고, 테이크 다운하면 백마운트잡고, 컨트롤 하면서 파운딩 + 깜짝 서브미션. 그냥 완벽했다. 서두에 말했듯 정찬성의 스탯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기술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중간중간 들어오는 태클도 완벽하게 스프롤해 방어하고, 오히려 케이지에서 뒤를 잡는것까지 보여준다. 킥복싱, 오펜스 레슬링, 디펜스 레슬링, 주짓수, MMA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줬다.


  4,5R에 가서는 오히려 불안했다. 2,3라운드에서 완벽한 복싱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앞 손이 느려지더니 카운터가 아니라 붕붕훅으로 가더라. 오히려 카운터 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킥체크도 당해서 카프킥 빈도도 줄었고, 솔직히 4R 마지막 테이크 다운이 아니었으면 위험할 뻔했다. 5R에 가서도 갑자기 기세가 오른 이게의 타격에 진흙탕 싸움으로 끌려가나 싶었고, 다행히 또 테이크 다운에 이은 그라운드 컨트롤로 잘 버텨냈다. 알고보니 중간에 또 어깨가 빠졌더라. 초반 버팅에 의한 출혈도 신경쓰이는듯 했고.


  솔직히 2,3R에서 복싱보면서 4R 즈음에 서브미션이나 카운터 크게 한방으로 KO 노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깨가 문제였는지 댄이게 맷집이 너무 좋았는지 그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긴 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큰 위기 없이 압도한 경기였고, ufc 최초 트위스터 성공자인 정찬성의 그라운드 실력을 다시 보여준 경기라 즐거웠다. 시합 후 인터뷰는 좀 아쉬웠지만.(통역 그냥 에디차 코치님 시키면 안됩니까...)


  SPOTV는 유료결제라 솔직히 매달 해두기는 아깝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국 선수들 나와서 경기하는걸 보면 내가 다 긴장되고 아깝다는 생각도 날아간다. 올해 박준용, 정다운, 최승우, 정찬성 선수까지 UFC 한국 선수들 연승 이어가고 있는데, 곧 있을 강경호 최두호 선수도 좋은 소식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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