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진짜 마지막 후기일 예정
브런치에 글을 정말 간만에 쓴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업로드가 1년이 넘었고, 분명 신년에는 주에 한개씩 업로드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벌써 9월이 다 되어간다.
글을 쓰지 않은 동안에도 브런치 알림이 와서 가끔 들어와보면, TFCC(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에 관한 문의 댓글이나 후기를 요청하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래서 치료기를 한 번 쓴 이상, 마무리를 지어보자는 마음으로 이제는 정말 마지막 치료기를 적어본다.
- 통증에 관하여
2020년도 하반기에 손목 부상을 당한 뒤에, 그 사이 3년간 통증이 0이었던 날도 있었고, 너무 심해서 자다가 깰 정도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제 이 통증에 대해 상당히 둔감해졌다는 것이다. 급성기의 극심한 통증은 두번 정도 느껴봤는데, 처음 다쳤을 때와, 재활까지 끝나고 나서 스파링을 하다가 손목이 외전된 상태로 세게 부딪혔을 때였다. 사실 두번째 다쳤을 때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1년만에 병원에 다시가서 MRI 까지 찍었다. MRI reading은 역시나 TFCC injury. 사실 이때는 통증이 너무 극심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수술까지 고려해봤으나, 의사 선생님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라는 말씀에 그냥 다시 급성기의 보존적 치료(손목 보호대, 소염제) 이후에 재활 운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다시 빠른 속도로 증상은 좋아졌고, 이후 지금까지 통증이 가끔 돌아오는 날은 있으나 이전처럼 심하게 고통스러운 적은 없다.
- 운동 및 일상생활에 관하여
아직도 복싱과 헬스를 하고 있고, 바벨컬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벤치프레스, 이지바컬(with 손목보호대),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등 모든 운동을 다 루틴에 넣어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상 때문에 중량을 무겁게 들지 않고 있는가? 현재 3대 410 정도로 70kg의 몸무게에서는 충분한 중량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 중에도 통증이 느껴지는 손목의 외전 상황은 거의 없었으나, 수술실에서 어시스트를 서면서 기구를 외전된 상태로 오래 당기니까 며칠동안은 손목이 아프더라.
- 그래서 결론
TFCC 부상을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나를 포함한)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이 부상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닌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기본적으로 통증은 만성화가 되는 순간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신경이 그 통증을 기억해버리기 때문이다.(그래서 아플 때 약같은거 안먹는다고 버티지 말고 빨리 소염제 먹으라는거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줄이거나 조절할 수는 있다. 운동이나 일상생활에서 외전이 필요할 때는 의도적으로 손목 보호대를 두껍게 착용하거나, 재활운동을 매우 난이도 높은 상황까지 수행해서 통증이 느껴질 만한 역치를 높일 수도 있다. 또 이 통증을 계속 관리하려고 하다보면, 본인이 힘을 쓰는 메커니즘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벤치프레스의 경우,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불독 그립 등으로 바벨을 잡거나, 하다못해 척골로 무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부상 예방에 관한 지식에 관심을 쏟게 된다. 또 바벨로우 등의 동작을 할 때 무게를 자꾸 손목 관절에 걸어버리는 등의 잘못된 습관 등도 교정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론은 애초에 부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있을 수 없는 자세를 취하면 부상자도 웬만하면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배드민턴, 테니스, 스쿼시, 탁구 등의 필연적으로 외전이 들어가야하고, 무게를 손목에 걸게 되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유감스럽지만, 포기해야한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그간의 내 후기에도 작성했듯이, 나 또한 배드민턴을 정말 사랑하고 10년 넘게 운동해온 사람으로서, 내려놓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원래 즐기던 복싱과 헬스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았지만, 솔직히 배워보고 싶었던 레슬링이나 주짓수는 아 이게 내가 관리를 잘한다고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손목을 조심스럽게 다뤄주는 것은 아니기에, 아직까지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끝으로, 대부분의 정형외과에서는 사실 재활운동에 별로 관심이 없다. 로컬 정형외과의 관심은 수술을 하는 환자인가, 영상검사를 해야하는가에 있기 때문에(그들의 도덕성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원리가 그렇다. 어쩌겠나.), 정말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하고 싶다면, 스포츠 재활 전문센터나 병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운좋게도 의대생이었고, 마침 학교 병원에 스포츠의학센터가 있었고, 또 좋은 기회로 해당 과에서 한달간 실습을 돌면서 물리치료사 선생님들께 운동 재활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지난 2화에서 올린 영상들을 참고해서 스스로 운동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고, 실제로 그렇게 많이 회복 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부상으로 고민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적은 글이라, 두서없고 조금 확정적인 어조지만, 그래도 그냥 다들 부상을 잘 이겨내고 통증없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