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우리는 경제적으로 아끼고 아껴 여행을 해야 했다.
이십 대의 나에게 그래도 최고는 파리의 상징인 하늘로 우뚝 솟은 에펠탑이었다.
외관상으로는 단순한 철 구조물로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러브스토리가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꿈과 추억이 함께 하는 곳. 에펠탑 주변의 초록초록한 잔디에는 일상을 즐기는 파리지엥들의 모습, 그리고 관광객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장거리 연애를 했던지라 결혼을 하고서도 우리는 썸을 타는 연인들 같았다. 에펠탑에서 2층까지 704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였다. 신이 난 나는 좀 더 멋진 전망을 보기 위해 한 발 한 발 오르고 있는데 남편은 실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거였다. 후들후들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던 그의 모습은 평생을 내가 의지하며 살기로 꿈꾼 남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어디 드라마에서처럼 멋진 남주의 손을 잡고 한발 한발 '우앗, 자기야 나 무서워' 하며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
현실은 내가 남편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아, 괜찮아. 내 손 꼭 잡아.' 이러고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결혼은 한 걸음씩 현실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물론 삶의 고비마다 남편은 늘 훌륭한 나침반이었고 내 손을 든든히 잡아주었다. 단지 고소공포증이 있을 뿐이다.
그 뒤로 높은 곳은 대체로 피해서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짧은 파리에서의 며칠, 우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런 약속을 했다.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우리 꼭 아들 딸을 낳아서 프랑스 파리로 여행 다시 와서 에펠탑도 가고 루브르 박물관 오래오래 구경하자.'
그리고 돈은 많이 벌지 않았지만 아들 딸을 낳아 다시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회식을 센강에서 선수들이 배를 타고 입장했다.
여러 문제점들이 있긴 했지만 야외개회식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테레비를 통해 개회식을 보는데 남편과 함께 건넜던 퐁네프의 다리와 세느강변으로 우리의 추억도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