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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v Jun Mar 16. 2020

함피. 첫사랑의 시작  

10년 전 사진 원본들을 찾아보며 브런치 글을 계획하면서 이제는 상상력을 더하지 않고 사진을 통해 기억만 더듬어 여행기를 기록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인도하면 변하지 않고 내 입에서 나오는 첫 번째 장소는 함피다.


소를 신성시하며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도 모른 채 찾은 인도에서 24시간을 넘게 물어물어 도착한 곳. 그리고 인생 첫 인도 게스트하우스의 찬물과 뜨거운 물이 따로 나오던 두 개의 샤워 탭.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뜨거우면서 차가운 그 느낌. 그리고 지금도 아른거리는 새벽녘 마탕가 힐에서 내려다보던 함피의 신비로운 풍경과 칠드런 트러스트 아이들이 나를 부르던 목소리.


나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된 인도의 기억이지만 제일 선명한 느낌들 중 하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억의 기록들인 사진 원본은 외장하드가 박살 나면서 인도 여행 중 유일하게 복구하지 못한 첫 한 달의 기억이다. 다행히 일부 JPG 파일은 살아남아 있어 이 글에 담을 수 있었다.


Hampi 2011.01.11

                                                 

인도 전체가 수천 년 세월의 유적지들로 가득 차 있지만 함피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곳이었다. 거대한 돌들이 탑 쌓기처럼 쌓여 있는 사이사이 사람들이 21세기에도 망치와 정만으로 계단을 쪼아서 만들고 유적지 안에 살림살이를 두고 밥을 해 먹곤 했다. 유네스코 지정 이후로는 관광상품처럼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2010년까지 함피는 살아있는 유적지였다.


Festival in Hampi 2011.01.14

인도를 처음 찾아가게 된 계기는 스티브 맥커리 작가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는데 뭄바이에서 찍었던 한 장의 사진이 원인이 되어서 그의 인도 사진들을 찾아보고 도시 이름들을 리스트업 해서 이곳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자라는 생각으로 찾았던 인도라 모든 것이 낯설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도 정확히 이 날이 무슨 페스티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산처럼 쌓여있는 원색의 파우더가 먹는 건 아닐 테고 무섭게 노려보던 소녀의 눈빛을 받으면서 그래도 인도를 찾아온 이유는 무의식 중에 남아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담았다.



Panorama from Matanga hill 2011.01.18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사진을 찍으러 인도에 여행 온 나에게 함피는 듣보였다. 뭄바이 인을 해서 공항 노숙을 하고 함께 나온 한국 여행자들과 뭄바이 기차역에서 어디를 가야 하지 하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별생각 없이 우선 여기 가서 시작을 해보자 했던 곳인데 여행의 시작부터 인도 홀릭이 되어 40여 일을 보내고 앞으로의 여행 스타일을 만들어줄 곳이 될 진 몰랐다. 첫 글의 마지막 사진은 오직 새벽녘 어둠을 뚫고 짖어대는 개들에게 짱돌을 던지며 오른 이만 볼 수 있는 마탕가 힐의 일출인데 이 곳에서 별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면 어스름과 함께 자욱한 안개 사이로 들리는 만트라 소리가 함피를 떠날 수 없게 했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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