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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v Jun Mar 17. 2020

여행상품 개발자 히피들이 찾은 해피 함피

함피에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일주일에 두 팀이 올까? 그나마 와도 오토바이를 빌려서 삼일 짧으면 이틀 만에 주변을 휘 한 바퀴 돌고 떠나는데 요 며칠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마주치게 되는 친구들의 특징이 보인다. 매트 하나 매고 돌산으로 향하는 다부지고 긴 팔다리를 가진 유러피안 청년들과 헐렁헐렁한 옷매무새에 드레드락을 하고 다니는 히피들.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인도 친구 키란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함피는 오래전에 히피들이 발견한 핫플이라고 한다. 밤이면 가끔 레스토랑에 나타나 색소폰을 불던 유럽 아저씨는 아주 예전에 함피에 왔다가 인도 여성이랑 결혼해서 눌러앉은 케이스인데 히피 맛살라라는 영화에도 나온다고 하니 역시 양덕들은 스케일이 다른 거 같다. 불과 며칠 전에 4년째 여행 중이라는 한국 사람을 만나서 우와 했는데....


HCT 2011.. 02.03


함께 자원봉사하던 독일 친구들과 HCT 선생님들. 특히 오른쪽에 있던 친구 덕에 하루에 두 세 가닥씩 카페에 앉아 드레드락을 땋으면서 여행의 정보를 많이 얻었다. 북인도에 있는 히피들의 아지트... 대체적으로 히피들에게 사랑받는 곳들은 작고 아담한 크기의 동네 웅장하지는 않더라도 멍 때리기 좋은 자연환경, 저렴한 물가 그리고 각자 나름의 예술활동(미술 사진 마크라메 음악 등)을 하기 좋은 인프라인 것 같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한 달에 US300 정도면 지낼 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세네 달 바짝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1년을 넘게 여행할 수 있는 거다.


S.Kaveri 2011.01

세계 각국의 봉사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카베리. 고양이 같은 매력으로 잘도 삐져서 도망갔다가 한 번씩 보여주는 웃음에 녹아들게 하는 아이. 


Shivananda 2011.01


HCT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낯가림이 심하다는 시바난다. 세상 수줍은 눈빛으로 만나면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지게 만든다.


매일 새벽 신화 속 한 장면 같은 마탕가 힐에서의 일출과 HCT 아이들과의 하루하루로 충실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여기에만 있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온 인도이고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를 텐데 그리고 인도에 오게 된 계기,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 포인트는 저 멀리 한국의 몇 배나 되는 거리를 기차로 올라가야 하니 아쉽더라도 아이들과 작별을 해야겠다.


다음 도시로 이동을 해야지 마음먹고 있을 즈음 프랑스 친구 미카도 곧 네팔로 올라간다며 떠나기 전 함께 강 건너 하누만 템플에서 비박을 하며 밤하늘 촬영을 하자고 제안해온다. 아직은 초보 여행자인 내가 언제 또 야외에서 밤새 촬영을 할 수 있으지 모를 일이기에 당연히 O.K를 외치고 해가 지기 전 함께 강을 건너 일몰 포인트에 오른다.


Holy Tree of Hanuman Temple 2011.01 


색을 조금 틀어버리긴 했지만 미카가 건넨 인도 잎담배 비리의 연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 같았던 노 힌두 몽크의 영향인지 내 기억 속에 남은 그날의 밤하늘은 이런 빛이었다.


힌두라는 종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나에겐 벽화의 그림과 몸짓으로 하누만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나이 든 몽크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였다. 하누만~ 하누만~ 하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시늉을 하고 몸이 커지는 묘사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저 재미있고 귀여운 분이시네 라는 느낌이었는데 후에 힌두 신화에 대해 알게 되니 함피가 그리고 하누만 템플 앞 이 나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놀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때때로 카메라 하나 들고 겁 없이 돌아다녔던 인도 골목골목에서 큰 사고 없이 고마운 인연들을 마주친 건 이 날 하누만의 가호 덕분이지 않았을까 실없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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