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서 김종욱을 이야기하면 누구지? 할 테지만 2011년 인도에서 김종욱은 가장 핫한 이름이었다. 인도에서 하루 종일 사진만 찍어대던 나조차 누군가의 김종욱이 되어 썸을 탔을 정도니 이 당시 인도에선 매일매일 새로운 김종욱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김종욱 찾기'를 보진 못했지만 이미 자이 살에서부터 한국인들만 만나면 김종욱 이야기였고, 심지어는 영화 촬영 스태프였던 분도 만나서 메이킹 스토리까지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드푸르로 향하는 나 역시 누군가의 김종욱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드푸르는 인도를 찾게 된 스티브 맥커리 작가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파란 골목길의 천국.... 썸녀는 뒷전으로 하고 독일 친구 Ken과 골목만 누비다 보니 조드푸르를 떠날 때에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이래서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취미에 카메라가 들어가는가 보다...)
전 세계 소년들의 공통 취미 그리고 남자가 영원히 놓지 않는 행위 게임. 5137km가 떨어진 골목에서 만난 소년의 뒤태에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잠시 쉬던 테이블에서 만난 체. 테이플 옆 할머니에게 손자가 참 잘생겼다고 하니 여자아이란다. 미안 체.....
다음날 조금 더 깊숙한 골목까지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해 가는 길 다시 만난 체. 어제의 오해가 미안해서 괜히 과자 하나를 사주고 블루시티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골목을 걷다 시선 끝에 뭔가 모르게 이질적인 게 들어와서 돌아보니 이유 없이 호러영화가 생각나는 인형을 할머니가 실제 아이처럼 안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질문을 하고 생애 처음으로 인디언헤드 셰이크를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인도를 여행해본 사람만 공감하는 그들의 고갯짓.
당연히 노라고 생각했던 동작 뒤에 뒤통수가 따가워서 돌아보니 이렇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찍어라! 나의 자랑스러운 아이를.
숙소에 돌아오니 Ken이 성 너머에 진짜 블루시티 구역이 있다며 내일 아침 일찍 같이 가자고 한다. Ken은 함께 여행하던 네덜란드 친구와 바이크 투어 중이라 마지막으로 조드푸르 촬영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기에 내일도 새벽부터 촬영을 가기로 했다.
조드푸르를 마지막으로 라자스탄을 떠난다.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와서일까? 웅장한 성과 화려한 색감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지만 계속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인도의 상징 중 하나인 바라나시에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