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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주 May 13. 2024

악!(樂)소리 나는 육아

1.우리는 난임 부부였다.

2년 2개월의 연애는 달콤했다

다사다난했지만, 함께 라면 모든 역경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아 놓은 돈이 많지 않았고, 양가 부모님의 큰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결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신혼집이 구해졌고, 동네도 마음에 들었다.

둘이 함께 같은 집으로 들어가는 저녁이 기다려졌고, 남편이 끓여 주는 김치찌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늦은 밤 치킨을 배달시켜 함께 먹는 소소한 재미가 모든 고단함을 잊게 했다

그 꿈같은 둘만의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결혼하고 곧장 아이를 갖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첫 1년은 그저 그러려니 지나갔고, 2년차부터 마음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 먹어보았고, 임신에 좋다는 잉어곰을 주문해다가 냉장고에 가득 채워 넣고 먹었다

마음이 편안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 안에 자리잡은 비뚤어진 열등감,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얼룩진 그 모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우리를 난임부부로 만들어버렸다

우리가,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자연스러운 임신 시도 이외에 의학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까지도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고, 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우선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다. 결혼도 처음이고 임신시도도 처음인 나에게 어느 병원을 가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건지 그 어떤 정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서툴게 접근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병원 치료를 함께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벅찬 일이었다.

배란을 도와주는 주사를 맞고, 의사가 지정한 날짜에 부부간의 숙제를 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고, 이것 자체로 정말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기며 우리는 미션에 충실했다

두 세번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우리는 잠시 쉬었다가 다른 병원에서 두번의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그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했던 나는 본격적인 임신 시도를 위해 회사를 퇴직했고, 소위 말하는 난임계의 메이저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시험관 바로 하시죠!”

지지부진하지 않고 오히려 명쾌한 의사의 솔루션이 마음에 들었다.

시험관 시술을 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고단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안했다.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절망보다는 이 마지막 방법이 결국 나에게 답을 줄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1차 시험관 시술에서 이식한 2개의 배아는 나를 남매 쌍둥이 엄마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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