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부가
처음부터 가려고 작정한 모임이 아니었다.
올해 1월에 교회에 등록하고, 이제 막 새로운 교회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작년부터 유치부 예배를 들여보냈지만, 우리부부는 이사오고 처음으로 교회에 정착하여 새로운 공동체에 하나씩 적응해 나가던 중이었다.
우리의 상황을 나눴고, 공동체에서 연합하여 기도해 주고 계셨다.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어느 날 한 자매님이, 금요 중보기도학교가 너무 좋다며 함께 가자고 권하셨다.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 모임이었다.
마침 시간이 있었고, 어서 교회 공동체에 스며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기도에 대한 갈망이 있던 차였다.
몇주간 중보기도에 대한 깊이있는 강해를 듣고, 마지막으로 내어주신 숙제를 하기 위해 이 책을 들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의 가르침으로 유명한 유기성 목사님의 아내인 박리부가 사모님이 쓰신 책이다.
남편 목사님 만큼이나, 중보기도사역으로 왕성한 활동들을 감당하고 계셨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다.
목사의 딸에서 목사의 아내가 되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돌연 가난해지고, 외로워지고, 남편의 사역을 같이 짊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하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한없이 겸손한 물음끝에, 하나님께서 친히 오랜 시간동안 가르쳐주신 기도의 방법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인생의 절망의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믿는 자이든, 그렇지 않은 자이든 우리는 모두 기도를 배우게 된다.
'나를 도와주세요. 나를 살려주세요..'
본능처럼 탄식처럼 나오는 이 기도는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첫번째 선물이다.
저자 역시 고난의 자리에서 기도를 배웠다.
하지만 이내, 우리에게 익숙한 기도는 진짜 기도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힘없는 한숨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하나님께 진짜 기도를 가르쳐달라 기도한다.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저자에게 친절하게 기도를 가르치신다.
오랜 세월을 거쳐, 모든 상황과 사건을 통하여, 신실하고 진실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쳐주신 기도의 핵심은 결국,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의 기도"이다
저자는 그 큰 핵심을 아래와 같이 나누어 친절하고 자세한 어조로 설명한다.
첫번째, 기도하면서 복음의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라고 가르친다.
두번째, 말씀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세번째, 하나님의 생각과 나의 세계관이 하나로 통합되는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네번째, 영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나님이 이미 승리하셨음을 선포하는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다섯번째,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여섯번째, 기도제목을 만들고, 향후 백년을 바라보는 소망의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기도를 해왔다.
어떤 기도는 내가 원하는 답을 주시기도 했고, 어떤 기도는 기다리라고도 하셨고, 어떤 기도는 침묵하시는 듯 했다.
내가 드려왔던 기도는 이토록 일방적이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주시는가 안 주시는가에만 매달리는 철없는 기도였다.
신앙의 연차가 쌓이면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를 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신다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할 때도, 나의 우선순위는 "이 모든 것"에 있었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았다.
조금 성숙한 듯 하여,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열방을 위해 중보기도를 할 때에도, 과연 하나님의 마음이 내 마음에 부어지는 뜨거운 기도를 하였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았다.
기도는 이토록 쉬운듯,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도를 내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기도는 주님께서 친히 이루어가시는 것이다.
기도의 시작은 하나님께로부터 비롯된다.
기도의 목적은 예수님이다.
기도는 우리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께 통보하고 협박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먼저 계시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기도를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목적을 이루시는 것이다.
기도를 '송두리째' 바꾼다는 것이 이런 뜻이구나.
무릎을 쳤다.
기도의 본질을 바로 알고 나면,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가 기쁨이 된다.
기도와 말씀이 함께 전진할 때, 놀라운 힘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다.
기도를 통해 복음이 실제로 삶에서 역사하는 것을 보고 듣고 깨닫게 된다.
하나님은 이 책을 통해 나를 친절히 가르치셨다.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새벽기도를 작정하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이내 새벽을 기도로 열 것에 대한 감동을 주셨고, 우리 부부의 기도는, 우리의 필요를 채워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우리를 향한 말씀을 부어주시고, 우리 삶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을 드러내시라는 기도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권면하셨다.
지치지말고, 멈추지말고, 낙망하지 말고 기도하라.
처음 작정한 30일이 지나고, 우리는 여전히 새벽을 기도로 여는 중이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상태는 이전과 다르다.
그리고 확신한다.
눈에 보이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일하고 계시고, 우리를 무장시키시고, 이미 보장하신 승리로 우리를 이끌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기도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
기도조차 나오지 않는 누군가.
진짜 기도를 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책이, 어둠 속의 등불 같은 가이드가 되어, 하나님의 뜻 가운데로 당신을 인도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