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성
앞서 기도에 관한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기도제목은 대부분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나의 신앙상태, 나의 성취, 건강, 추구하는 가치 등 이 모든것은 결국 나의 가족구성원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나의 구하는 바는 항상 가족에게 투영되게 마련이고, 내가 잘되는 것 이상으로 우리 가정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는 가정안에서, 낭떠러지에 떨어질 듯 말 듯 한 아찔한 상황들을 어린 시절부터 밥먹듯이 겪어가며 성장했다.
어쩌면 가정을 이루는 것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결론이 날 법한 배경에 있었지만, 나는 내가 이룰 새로운 가정에 대한 소망이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믿음안에 가정을 이루어 예쁜 자녀를 낳아서 나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온전한 사랑 안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소망.
결코 안전하지 않았고, 불안했고, 외로웠던 나와는 다르게 나의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랑할 수 없는 내 마음에 사랑이 있었고, 소망이 없던 내 삶에 소망이 생겼다.
그 결과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두 아이를 얻었다.
누구나 그렇듯, 가정을 일구어 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우리의 시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완전하지 않았으며, 매 순간이 위기였다.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갔고, 우리는 그때마다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고 쌓여 어딘가에서 엉켜버린 경제적인 상황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매 순간 부딪히다 해결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린 관계의 문제...
아내의 병으로 모래위에 지은 집 같은 가정을 끌어안고, 모진 세월을 살아야 했던 아빠가 언젠가 내게 해주셨던 말씀을 늘 기억했다.
"결혼은 새집을 지어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헌 집을 뚝딱뚝딱 지어 고쳐가며 사는 것"이라고...
놀랍게도, 문제투성이인 우리가 진흙밭에서 구르게 마냥 내버려두지 않으신, 때를 따라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가 날마다 우리 가정안에 존재했다.
그렇게 살아온 결혼 10년을 채워가며,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로 세워가며... 이 책을 들었다.
저자인 유기성 목사님은 말한다.
"나는 죽었다"라고 가정에서부터 고백하라고.
아내가, 남편이 진짜 그리스도인인지는 그 가족이 가장 잘 안다.
밖에서 아무리 선하고 능력있고 박수받는 인생일지라도, 그 진짜 모습은 가정에서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가장 무서워해야 한다.
내 아내가, 남편이, 자녀가 하나님 안에서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저자는 예수님이 짊어지신 죽음을 가정에서부터 짊어져야 내가 살고 내 가정도 산다고 강력하게 선포한다.
예수님이 짊어지신 죽음은 무엇인가. 다름아닌 십자가 복음이다.
이 십자가 복음에 대한 믿음이 바로 서지 않으면, 올바른 신앙이 세워질 수 없다.
십자가 복음이 내 삶에 실재가 되어야 예수의 마음을 품고 나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가족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시작이 여기에 있다.
십자가 아래에서 사랑하게 되고, 십자가 아래에서 치유되고, 십자가 아래에서 용서가 가능하며, 십자가 아래에 행복이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것'이 남편을 존중하는 길이요, 아내를 사랑하는 길이며 행복한 자녀를 양육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특별히, 자녀 양육에 대한 수많은 지침과 담론이 난무하는 이 때에,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로 양육하고, 행복한 부모로 자녀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핵심은 결국, 부모의 삶으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부분이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양육은 자녀의 머릿속에 '우리 부모님은 정말 믿음으로 사셨어, 정말 사랑의 사람이셔', 이렇게 기억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녀를 잘 길러 보려고 애쓰고 노력해서 잘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믿음과 사랑으로 사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자녀를 기르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자녀 양육에 있어 이보다 더 온유하고 명쾌한 솔루션이 어디 있을까.
자녀교육은, 부모 자신이 바로 살면 끝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악한 세상에서 내가 바로 살게 해달라고, 죄인일 수 밖에 없는 나를 변화시켜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예수님이 우리 가정의 왕이심을 고백하라고 말이다.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지금 하나님 우편에 앉으셔서 만유의 주, 만왕의 왕으로 우리의 모든 삶을 다스리시고 통치하신다는 그 놀라운 십자가 복음을 믿는 믿음 아래, 우리 가정을 일구시고 경영하시고 자라게 하시고 가난하게 부하게도 아프게도 건강하게도 하시는 모든 생사화복의 주인이 예수님이심을 고백하고, 모든 주권을 그분께 맡겨드릴때, 우리 가정은 진정 하나된 믿음 안에서 화목하며 주님의 뜻을 이루는 천국의 모델로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우리 가정을 향해 주신 시편 147편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 주는 위대하시며 능력이 많으시며 그의 지혜가 무궁하시도다
여호와께서 겸손한 자들은 붙드시고 악인들은 땅에 엎드러뜨리시는도다
감사함으로 여호와께 노래하며 수금으로 하나님께 찬양할지어다
그가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시며 땅을 위하여 비를 준비하시며 산에 풀이 자라게 하시며
들짐승과 우는 까마귀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도다
여호와는 말의 힘이 세다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가 억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여호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과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시는도다
예루살렘아!!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시온아 네 하나님을 찬양할지어다
그가 네 문빗장을 견고히 하시고 네 가운데에 있는 너의 자녀들에게 복을 주셨으며
네 경내를 평안하게 하시고 아름다운 밀로 너를 배불리시며
그의 명령을 땅에 보내시니 그의 말씀이 속히 달리는도다. 아멘
"예루살렘아!!"에 우리 가정을 넣어보자.
우리 가정이 지금 힘들고 어려운 형편에 있다면, 우리 가정과 그 형편을 향해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우리 주는 위대하시며 그는 권능의 하나님이시다! 라고 선포할 때, 이 어려움이 나중에는 우리 가정의 성지가 될 것임을 선포하자!
저자는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을 성지가 되게 하기를 원하신다고.
'성지'라는 단어가 마음에 닿으니 우리 가정이 달리 보인다. 문제가 달리 보인다.
문제를 넘어 크신 하나님을 바라본다.
저자가 목회 평생에 부르짖은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이 우리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면,
그래서 우리 가정이 다름아닌 십자가에서 살아난 가정으로 거듭난다면,
이 가정의 시작의 순간에 부부로서 하나님 앞에 서약했던 그 아름다운 서약이 그저 형식적인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가정에 존재하는 믿음의 실재로 거듭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접하는 당신에게 오늘, 지금, 당장
"나는 죽었습니다"라는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어
남편 또는 아내를 향한 사랑과, 자녀를 향한 눈물의 기도가 마르지 않기를 마음 가득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