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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예 May 21. 2024

우울한 엄마의 육아일기 2

너의 엄마가 나라서 미안해.

생각, 마음, 행동은 따로 같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 셋의 부조화가 어쩌면 나의 불행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은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싶은데,

나의 마음은 누구보다 열의에 차있고,

나의 행동은 나의 생각과 마음 그 어떤 것도 대변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곤 한다.

나에게 있어 포기란, 중간에 모든 것을 접어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과 마음이 향하는 반댓길로 빠져버리는 것일 때가 더 많다.


이렇게 매일을 포기하며 살다 보니, 매일이 지옥 같아졌다.

악한 기운이 늘 승리해 버리는 의미 없는 줄다리기 속, 나약한 내 의지는 늘 도전하기도 전에 패배를 외친다.

내가 나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날들의 반복.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헤쳐나갈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이라는 허물은 점점 늙어만 가는데, 그 외의 나의 모든 것은 갓 태어난 신생아보다도 어리기만 하다.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했을 때 해결책을 알면서도 감정이 앞서고, 그에 따른 불장난 같은 행동을 통해 포기를 가장한 도피를 하고, 바보처럼 금세 후회하는 일상의 굴레가 이제 정말 버겁다.


진정한 평화를 느끼려면 나를 멈춰야만 할 것 같다. 나를 없애야, 평화가 찾아올 것 같다. 그래야 나도 드디어 쉴 수 있을 것만 같


그런 와중에 나에게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 

원망스럽지만 감사한 참 어려운 자리.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아기가 태어난 지 1000일이 되는 날.

특별하고 감사한 오늘, 오직 사랑으로 널 대해주고 싶었는데 불안하고 불편한 표정으로 널 맞이하지는 않았을까 두렵고 후회스럽다.


오늘도 난, 너의 엄마라는 이름이 너무나 과분한 나라는 사람은, 감당해내지 못한 어른의 세계에 발끝을 담갔다 마치 화산 용암과 같은 현실에 덮쳐졌다. 그리고 다시금 해결하기보다 포기를 선택해 버렸다.


안다, 그러지 않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것을.


그런데 그러지 못한 것이 나인걸 어떡할까.


죽고 싶은데 살고 싶고, 살고 싶은데 죽고 싶은 이 미쳐버린 마음을 너는 영원히 모르길 바란다.


너의 엄마가 나라서 미안해.

너의 엄마가 나라서 죽지 않고 살아있어.

나의 아기여 줘서 고마워.

나의 아기여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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