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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예 Jul 31. 2023

4년만의 브런치

아직 괜찮지 않아서 미안해요

큰 포부를 갖고 시작했던 브런치는 아니었지만, 마음속 한편에 '혹시 나 이러다 작가 되는 거 아냐?'라는 김칫국 한 사발을 품었던 날이 벌써 4년 전이다.


당시 나의 울분의 옹달샘이던 '결혼'과 '시댁'이라는 주제는 이제 한참 뒤 순위가 될 만큼,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난임이라는 산전수전을 넘어 임신을 했고, '출산'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곧 두 돌을 앞둔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곧 하원하는 아기를 기다리며, 얼룩진 티셔츠와 잠옷 바지, 머리끈의 기능에 충실한 똥머리와 허리에 두른 힙시트로 아줌마 패션을 완성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기가 찬다.


4년 만에 찾은 나의 브런치에, "저 괜찮아요, 꿈꾸던 가정을 이뤄 행복해요. 모두들 힘들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저의 경험을 나눠드릴게요."라고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나의 현실은 10kg 넘게 빠져버린 체중과 늘어만 가는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불안장애 약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삼켜내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얼룩져있다.


"그렇게도 힘든데 아이는 어떻게 낳았대?"라고 물으신다면, 내 말이. 어떻게 낳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여태 키워가고 있는지 나도 놀랍다.


임신과 출산이 쉽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일을 놓게 되었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 집안일을 해야 하는 나, 주방이 가장 편한 나에 익숙해져 가는 게, 너무나 서럽고 암담하다.


그래서 이런 일, 저런 일, 작고 크게 혼자 벌려는 봤지만, 늘 그렇듯 한참 어정쩡한 나란 사람은 제대로 끝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보기도 전에 좌절하며 자책하는 셀프 자숙 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문득, 대체 나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 매일 나를 위해 뭐라도 끄적이려 다시 브런치를 켰다.


하면 되지! 뭐라도 하면 되지. 나도 안다. 알면서 못하는 한심한 사람이 바로 나다.


조금 덜 한심해보기 위해, 그리고 제발, 몸도 마음도 그만 아프고 싶어서 새 달의 시작인 내일부터 무엇이든 적어보려 한다. 내 감정을 찾고, 적어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내 입으로 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잊고 산 내 꿈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내나 딸, 엄마는 아니었던 건 아니까, 어정쩡해도 뭐라도 질러보려고. 


나는 여러 마음의 병을 갖고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깊히 수용한다. 그리고 용기내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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