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참여예술가 작품 곱씹기 "정성진 작가"
답십리 이랜드 (구)패션사옥 공간에서 지난 2022년 2월 3일에서 3월 2일까지 진행되었던 <중간계 : 생-산>전시에 출품했던 정성진 작가의 작품들 중심으로 써내려간 글입니다.
기술의 우연성으로 재생 가능한 것 되기
기술이 어떻게 재생 가능할 수 있는가. 재생 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데이터의 정확성을 요하는 컴퓨팅 기술이 그 자체 기원을 갖기가 가능한가? 기술이 자연성을 득하여 인간과 유사한 개별성을 획득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복제 가능한 기술은 무제한으로 제작물을 쏟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원본성을 담보하지 못하여 예술 본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든 예술이 기원을 부여하는 일과 연관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에 호기심과 고민을 안고 있는 정성진 작가의 사고력은 기술의 우연성을 이 지점으로 끌고 온다. 기술의 알레고리 시스템에서 벗어난 이변들을 삭제하고 정확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이변의 값들 즉 예상하지 못한 데이터들을 수용하고 그 이변들에서 미술의 초현실성을 발견한다. 입출력값의 오류로 복제성을 잃은 기술은 개별성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어떤 기회를 획득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형상의 다양체들은 이렇게 확실한 데이터의 명료함을 벗어난 것들로부터 생성된다.
작가는 감은 눈에서 작품 제작을 시작한다. 마치 신체의 물리적인 활동을 멈추고 감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잠재적 세계로 빠지면 예술을 잉태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듯. 꿈에서 방에서 건물에서 도시에서 만난 형상들을 신체 머릿속으로 먼저 소환해보고 컴퓨터 화면에서 몇 번의 클릭을 통해 형상들 어쩌면 각기 다른 공간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로부터 작업이 전시장에서 노출되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떤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불확실하다. 미메시스의 원리에 따라 재현된 일부 형상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알고리즘 조작에 의해 뒤엉키고 그것들의 실제 존재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형상 다른 공간으로 컴퓨터 화면 속에서 재등장한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 데이터 값들의 이변 활동으로서 그들 안에서 창작행위가 일어난다. 작가는 알고리즘의 변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제어하여 같은 값으로 복제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제작 방향을 택할 수 있지만 입력 데이터 값들이 눈 앞에서 만드는 세계에서 펼치는 우연성의 공간들과 그 변형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여 취향으로서 각 순간을 결정하며 확대 재생산하며 창작행위에 관여한다.
기술의 우연함에서 도출되는 형상과 공간 이미지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하여 활기를 얻어낸다. 기술로부터 작가 신체로 전달되는 생동력이다. 영상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찬란한 빛과 공간의 역동성, 회전과 분해력, 중력을 거스르는 힘의 논리들은 기술과 작가가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의 원력이다. 영상 작품을 설치 오브제로 연동하여 물성으로 전시장 안에서 연장해보거나 평면 작업으로 이미지를 압축하여 출력해보는 실험도 이번 ‘중간계’에서 처음 시도했다. 이미지를 바라보는 신체인 관객과 어떻게 연결 지을지에 관하여 연구 중이다. 마음 형상, 심리 형상을 어떻게 기술력을 활용하여 예술로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까. 시선은 질문을 동반한다. 눈을 뜨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감각하라. 느껴지는 가.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참여예술가 정성진 인터뷰 https://youtu.be/20oTbum6HoM
정성진 작가 홈페이지 http://www.jungsung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