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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Apr 13. 2022

창과 거울의 사회성

글쓰기 워크숍 과제

글쓰기 워크숍을 듣고 글력이 상당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아그리파 입시미술처럼 무조건 소묘 도화지 장수를 늘려나가듯 쓰고 또 써야한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매주 과제하느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서 시간을 압축적으로 활용하자. 쓰고 피드백 받는 것에 감사하며 생각하며 쓰고 세련되어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마를 해야한다. 내 글로부터 타인이 되자. 


*써둔 글을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는 아카이브용으로 수정 전 글을 여기에 올려봅니다. 지나가지 않고 클릭해서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을 잘 써야하는 이유 중에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점이 내 글을 읽는 사람의 시간을 뺏는 일이라고.. 햐... 잘쓰자!! 




   물리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뚫린 화면이 있고 들어갈 수 없는 막힌 화면이 있다. 뚫린 화면은 집의 환기와 풍광을 위해 필요하고 막힌 화면은 몸, 사물 등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대칭적으로 반사되는 특성을 이용하여 장식이나 기술에 활용할 때 필요하다. 뚫린 화면은 창문이고 막힌 화면은 거울이다. 


   크기와 형태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미지를 포착하는 두 화면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이미지를 등장시킨다. 창문은 시간과의 관계를 갖고 창문 밖 풍경을 보여주거나 창문 안 상황을 밖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거울은 개수와 각도와의 관계를 갖고 이미지를 반사한다. 


   뚫린 화면은 창문을 닫아서 공간적으로 막힌 화면이 되지만 커튼으로 가리지 않는 한 고유의 투명성은 변하지 않아 창틀로 편집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막힌 화면인 거울이 열린 화면으로 마법을 부리는 순간이 있는데 이것은 두 개 이상의 거울이 좁은 각도로 맞붙어 있을수록 이미지들은 반복하면서 무한정 생성되는 공간 속으로 달아난다. 어디서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인지 출발지를 알 수 없지만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창문에게 ‘초대’의 능력이 있다면 동일한 이미지를 무수히 담아내는 거울은 ‘반사’라는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햇살이 닿는다. 닫힌 유리 창문에 닿은 햇살은 부딪혀 일부 관통하여 창문의 그림자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일부의 빛은 창문에 반사되기도 하지만 거울은 표면에 닿은 햇살의 빛을 망설임 없이 반사한다. 빛 한줄기도 거울을 관통할 수 없다. 창은 독립적이지 못해 건물이나 집에 부착되어있고 눈이 머무는 곳마다 정면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거울은 독립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한 개의 거울은 창문과 마찬가지로 정면성의 이미지를 대칭적으로 보여준다. 거울이 고정되어 있다 해도 이동 가능한 거울 한 개만 더 있어도 눈이 보지 못하는 뒷모습 등의 사각지대 이미지를 비춰준다. 거울을 보고 있자면 뒤돌아보지 않아도 등 뒤의 세계를 힐끔거릴 수 있지만 창문을 통해 다른 세계를 쳐다볼 때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들킬 수 있다. 


   우리 시선을 통과시키는 두 화면인 창문과 거울은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표면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닫힌 창문의 주요 재질인 유리에 무늬를 넣으면 이미지는 선명도가 떨어지면서 불명확해진다. 거울 표면을 볼록하거나 오목하게 구부리면 이미지는 실제 비율과 높기와 무관하게 비현실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고정되어있든 이동 가능하든 연이은 관계들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창문과 거울은 세상의 이미지들과 우리의 눈을 엮어 관계 맺기를 이어나간다. 거울과 같이 이미지를 비추고 창문과 같이 이미지를 포착하는 이 두 사물은 이미지를 등장시키는 다양한 상황들로 각자의 관계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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