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우 Dec 18. 2023

급여 반납으로 애국하자

용돈 인생

지난번 우리 부서 서무 선생님이 갑자기 장탄식을 하셨다. 출장 교통비를 개인카드가 아닌 기관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개인카드 사용 영수증을 제출해야 여비를 돌려받을 텐데 기관 카드로 썼으니 돈을 메꿔야 할 판이었다.



예전에 누구에게 들었던 것을 선생님께 말했다.

“예전에 A 방송국에 B 아나운서가 있었는데요. 입사해서 법인카드를 받으니까 회사에서 품위유지 할 때 쓰라는 줄 알고 이것저것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은 첫 달 월급을 그대로 반납했대요. 사실 좀 더 냈다는 얘기도 있어요.”



마음 급한 사람 놀려서 다음날 바로 벌을 받았다. 아침에 본청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 달 월급 보고 충격받지 말라고 했다. 내용인즉슨, 연금 기여금은 세 배로 낼 것이고(현재+군 복무기간+휴직 기간) 애 키우는 동안 정지시켰던 의료보험도 일괄 청구 될 거라 했다. 그리고 그 합계 금액을 또렷하지만 천천히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손이 벌벌 떨렸다.

“....호호혹시 더 내야 하나요?”

“아니에요. 원래 이런 거 전화 안 드리는데 놀라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라. 아마 용돈 정도 나오실 겁니다.”



용돈? 요즘에 식비 빼면 한 달에 5 만원도 안 쓰는데 정말 신사임당 한 장 날아오는 거란 말인가 싶었다. 이게 정말 실화일까 싶어 하루 종일 일은 안 하고 지급명세서만 눌러봤는데 돌아오는 건 아직 처리 중이란 말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은행에서 대출이자 산정 문자가 날아왔다. 이자율에 한숨을 쉬다 급여이체 혜택이 미적용된 것을 보았다. 분이 나서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비록 우대이율 0.1%였지만 이제 당당한 노동자인데 돈 조금 받았다고 무시하나 싶었다. 참고로 저번달에 받은 액수를 동생이 듣고는 투잡 하라고 했다.

“며칠에 급여받으신 거지요? 지금 찾지를 못해서요...”

“17일이에요. 교육청이라고 찍혀 있을 거예요. 보름날부터 시작해서 적어서 그렇지.... 받은 건 맞아요”

“고객님. 그러셨군요. 이게 세 번째 달부터 해당되는 거라 아직은 아니고요. 아마 다음 달부터는 적용되실 거예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고객님, 50만 원 이상이 조건이긴 한데 고객님은 상관없으시고요.”

“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