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나의 행위는 처음인 것일까.
'시작'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나의 행위는 시작인 것일까.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세상에 내 언어를 내뱉었다'가 기준이 된다면 이것은 처음도, 시작도 아니기에.
하지만 '내뱉기로 마음먹었다'가 기준이 된다면 이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시작은 될 수 있겠다.
혼자 일기를 적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내 글을 세상에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연이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에 대해 생각한다. 에세이, 수필, 소설, 시, 동화? 장르를 나누자니 이것부터 어려워진다. 일기장에 적어왔던 글들을 조금 다듬어 내놓을까 생각하니, 누가 날 궁금해할까 싶다. 같은 시간을 들여 보는 글이라면 적어도 세상에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내놓은 사람 정도의 글을 더 궁금해하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모든 초점을 '나'에게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평범하게 살아오며 평범하게 겪어왔던 숱한 감정들, 즉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봐줄만하지 않을까'로 방향을 1도 정도 틀어본다.
내가 나와 똑 닮은 책을 만나면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읽듯이.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 위로를 받고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어? 라며 킥킥거리고 웃듯이.
그것이 위로 건 웃음이건 간에, 뭐든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듯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그리고 그다음은 이러한 게 궁금하다.
이 사람은 어찌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나, 나와 같은 고민을 또 하겠지? 그럴 땐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그렇게 이 글을 보고 앞으로의 나를 궁금해하며 함께 살아내길 바란다.
서로를 계속해서 염탐하고 힘을 받고 그렇게. 나도 그대들도 서로 기꺼이 그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