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일 2

by 민봉봉

2023년에 쓴 나의 글을 보았다.

13개월인 아이를 둔 한 경력단절 엄마의 분노를 보았다.

지금 그 아이는 만 7세가 되어 학교에 다닌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아기와 일' 사이의 선택은 현재 진행형이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늘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했다.


다시 드라마판으로 돌아온 뒤, 프리랜서로 근근이 일을 하며 24개월까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정확히 24개월 생일이 지난 뒤에 어린이집을 찾았다. 너무 어린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것이 양심에 찔려 자연주의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어렵사리 입소를 하였다. 하지만 자연주의라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건 아니었다. 등원을 하고 헤어지는 과정은 꽤나 자연스럽지 않아 아이는 마치 지금 엄마를 놓치면 다시는 못 볼 것처럼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고, 힘들게 선생님이 안아 헤어질라치면 꽤 오래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린이집 담장에 서서 아이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는 어느 엄마의 글을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나도 같은 모습이 되었다. 담장 앞에서 숱하게 흔들리고 고민했다. 과연 이것이 맞는 길인가를.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다.

아이는 자랐다. 나도 자랐을까? 그건 잘...


또 한 번의 고비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었다. 돌봄이 없는 교육 현장으로의 진입. 겁도 없이 입학식만 휴가를 내고 바로 다음 날부터 학원차와 연계하여 하교를 시키기로 했다. 혼자서 어딘가를 찾아가 본 적이 없는 아이. 아침에 아이를 교문에 들여보내놓고 보면, 운동장을 잘 지나가다 학교 건물 앞에서 나를 보고 한참을 서있었다. 너무 오래 서있어 가보면 아이는 울고 있었다. 교실을 못 찾아가겠다고. 아이의 교실은 3층. 작은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 교실 앞에 데려다주고 잘 들어가는지 보고 나오기를 몇 번. 그렇게 아이는 스스로 교실을 찾아가는 아이가 되고, 교문에서 우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 또래보다 조금 천천히 자라는 아이였다. 입학식 때 전교생 150명 중에 울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였다. 입학식 행사가 끝나고 부모와 떨어져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갈 때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런 아이도 점점 자라고, 학교라는 공간에, 작은 사회에 적응을 해나갔다.

가끔 평일에 휴가를 내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가면, 아이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저 멀리서부터 웃으며 달려온다. 꼭 강아지처럼. 너무 좋아하는 순간. 이걸 매일 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벅차진 않으려나.


꿋꿋이 멱살 잡고 이어오고 있는 커리어. 그리고 어쩌면 알아서 잘 자라고 있는 아이.


언제까지 이 고민이 계속될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아이에게 나야? 일이야? 투정 부리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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