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30분은 길고 좋습니다.

아이에게 게임을 허락한 일에 대하여

by 민봉봉

아이는 9살.

한참 유튜브 좋아하고 게임 좋아할 나이.

그렇지 그럴거다.

장래희망은 유튜버.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서 라이브 방송을 하 듯 놀이를 하고(카메라는 물론 없다) 마무리는 좋아요 구독 눌러주세요! 라고 외친다.

그런 아이에게 게임기가 생겼다.

아이의 아빠는 그쪽 방면에 관대한 편이라 아이를 주려고(겸사 자기도 같이 하려고) 콘솔 게임기를 몰래 사두었다. 나는 결사반대를 외쳤고 남편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냈다.

이번엔 코딩의 원리를 접목한 기묘한 게임기를 구매하더니 이건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수정해가는 거라며 나를 설득했다. 자기가 그린 그림이 게임이 되는 신기한 원리였다. 멍하니 도파민만 충족하는 것보다는 나아보며 기묘한 게임기를 허락하자 아이는 정말 뛸 뜻이 기뻐했다.

하얀 종이에 선을 긋고 나를 대신할 아바타와 장매물, 목표물을 그리고 찰칵 사진을 찍으면 게임이 완성되었다. 실행해보고 위치를 조정하거나 하여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아이의 그림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게임이니 단순하고 보잘 것 없는 게임이었지만 아이는 세상을 가진 듯 몰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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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해보라며 들고와서 아이가 만든 게임 속 장애물을 피하다 나의 아바타가 죽으면 그렇게 재밌어했다. 보기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도 꽤 있었다. 두 팔 걷고 해야 간신히 깰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시작한 게임 월드. 아이는 하루에 여러 개씩 게임을 만들었다.

유튜브는 30분만 보기와 미리 허락 맡고 보기라는 규칙이 있는데,

게임은 아직 아무런 규칙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아이는 잠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게임기가 생긴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이는 나에게 오더니 게임을 해도 되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30분만에 해도 된다고 했더니, 너무나 기뻐하며 방으로 달려가 게임기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30분동안 게임을 하더니 내 앞으로 달려나와 갑자기 넙죽넙죽 절을 하며 외쳤다.

"게임 30분은 길고 좋습니다!!!"

흡사 사극에서 보던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같은 절을 서너차례 언거푸 하며 아이는 계속 웃었다.

게임을 30분 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큰 감사를 받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작은 시간으로도 크게 만족해하는 아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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