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Times의 기사를 소개한다
필자는 어제 삼프로라는 인터넷 매체에 출연하여 최근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런 인터넷 매체나 방송국이 필자를 찾는 것은 중국에 관한 뉴스, 특히 경제에 관한 해석을 들으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중국 뉴스를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은 다르다. 필자는 엔지니어이다. 경제 전문가 라기에는 전문지식이나 배경이 다르고, 중국 전문가 라기에는 관련된 학문적 연구나 커리어도 없다. 필자는 그저 중국, 그리고 중국인들과의 오랜 교분, 비즈니스, 180여 개 도시에 달하는 출장 등을 기반으로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각을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감히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진리라던가 옳다던가 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서 객관적 사실 만을, 그리고 객관적 사실에서 나온 추론을 전달할 뿐이다.
중국 경제 난국 타개책이 과학기술?
삼프로에서 마지막을 정리해야 할 시간으로 가면서 앵커가 한 질문 중 하나는 "그래서 현재의 경제 난국을 중국은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 것입니까"였다. 그리고 필자의 대답은 "신질 생산력"이며 그래서 "과학기술 개발로 타개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질문과 대답을 들으면 필자의 대답은 정말이지 생뚱맞은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사실이 그러하다. 그리고 다행이랄까 오늘 아침에 본 홍콩 Asia Times의 기사가 관련된 상황을 잘 정리하고 있어 보여 소개하고자 한다.
https://asiatimes.com/2024/10/smart-moneys-looking-beyond-china-stimulus-debate/
우선 이 기사는 주말 동안 시진핑 팀과 조급한 시장 간의 마찰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최근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발을 동동 구르며 당국의 효과적인 대책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현 상황을 그대로 지나갈 수 없었던 모양으로 중국 재정부는 자회견을 열어 중국이 2024년 5%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대규모 부양책과 점점 더 고착화되는 디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내놓았다. 주 내용은 특별 국채를 발행하여 지방 정부로 하여금 일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게 하고 대부분은 경기 진작에 사용할 것이라는 그런 것이다. 특별한 수단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미 2조 위안 정도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3조 위안 이야기도 돌아다녔다. 유니온 방카르 프리베의 경제학자 카를로스 카사노바(Carlos Casanova)는 2조 위안 중에서 1조 위안이 국유 은행으로 투입되어 경제와 부동산을 지원하는데 쓰일 것이라고 노트에서 적었다. HSBC 이코노미스트인 류징(Jing Liu, 刘晶)은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재무부 기자회견은 여전히 서프라이즈였다"라고 했다. 즉 재무부가 시장에 대해서 응답한 것이며 긍정적이라는 인식이다.
시장은 이번에도 중국 정부 발표 정책에 불만이다
그러면 시장은 이 조치에 만족하는가? 그게 그렇지가 않다. 이 정책에 규모가 특정되지 않았고 특별 국채 발행은 전인대 상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게다가 규모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류스진(刘世锦)이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중국이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사용했던 예와 비교화여 이번에는 중국 연간 GDP의 약 1/10인 10조 위안 이상의 경기 부양책을 향후 1~2년(불과!) 내에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칭화대의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가 1조 위안의 바우처를 발행하여 5조 위안의 경기 진작 효과를 내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이러한 분위기 하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https://brunch.co.kr/@chulrhee/925
규모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해리 머피 크루즈(Harry Murphy Cruise)는 주말 발표가 "대부분의 올바른 상자를 체크했지만 새로운 지출의 규모와 범위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했다"라고 말하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지원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항목에 정확히 얼마나 쓰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며 알기도 전에 벌써부터 '더 많은 지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각으로 모건스탠리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싱즈창(邢自強)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의 부채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해 다소 실망하고 있으며, 이는 숨겨진 지방 부채를 중앙 정부로 이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소비 촉진 정책은 여전히 불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2조 위안의 특별 부채 중 일부가 지방 정부의 부채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는 데에 기인한 말로 보인다. 아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조 위안이 경기 진작책으로 사용된다면 나머지 1조 위안은 지방 정부 부채 해결에 투입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지난 9월 24일을 시작으로 중국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렇게 시장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정책을 얼마나, 어떤 규모로 내놓아야 시장은 만족할까?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 본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시장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단기적 경기 진작보다 중장기적 신실생산력에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중국 정부는 이미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신질 생산력'이다. 그리고 이 신질생산력의 배후에 더 큰 정책으로는 "내순환 위주의 쌍순환 경제"라는 정책이 있다. 중국 정부는 바로 이 정책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 진작책을 내놓던, 우주과학기술 계획을 내놓던(http://finance.people.com.cn/n1/2024/1015/c1004-40339644.html) 모든 국가 정책에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다. 그것을 경제로 좁혀서 축약한다면 현재로서는 '신질 생산력'이 가장 합당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홍콩 Asia Times의 기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은) 하지만 시 주석의 이너 서클이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여 중국을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끄는 데 거의 선형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더 큰 범위에서 깨닫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연간 성장 목표가 중요하지만, 시진핑 팀은 기술 중심의 경제 재창조와 미래 산업 지배라는 장기적인 목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즉 전문가들이 볼 때 현재 시진핑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은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끄는 데 거의 선형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신질생산력"과 같은 의미이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과거 경제 체제의 연장선 상에 있지 않은, 혁신과 창의에 의한 경제 체제를 이룬다는 것이 신질생산력이니 말이다. 그러니 중국 정부가 목전의 경제 난맥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느냐 라는 질문에 필자는 '과학기술 개발입니다'라는 대답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답변이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중국 센터의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는 "경제 정책에 대한 초점은 GDP의 소수점 몇 자리 숫자가 아니라 정부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지, 또는 잡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두어야 한다. 그것이 신호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즉 중국 지도부의 경제 정책 방향, 의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중국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모두 그 목적과 기대 효과를 신질생산력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질생산력 정책은 그 주요 수단을 과학기술에 두고 있느니 만큼 과학기술 개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까지는 아마도 지금과 같이 시장은 효과 있는 정책을 더 요구하고 중국 정부는 그에 대응하여 정책을 또 내놓지만 그 목적은 역시 신질생산력 정책을 벗어나지 않는 일이 반복될 것 같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의 의도를 눈치채기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