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질생산력의 기치 하에 진행되고 있다.
3중전회가 끝난 후 대부분의 서방 매체들은 내용이 없었다고 투덜댔다. 물론 중국의 국영 매체들은 역시 용비어천가를 불러댔지만 말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관영 매체들의 보도 내용이나 주기가 매우 적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중국 관찰자들에게는 이번 3중전회가 1년여 지연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 공산당 중앙이 전략과 정책에 합의를 잘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3중전회에서 시사하는 정책 방향은 서방 매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대로 과거 시진핑 지도부가 주창해 온 정책 방향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 구체화되는 정책에는 큰 변화가 감지된다. 그리고 필자의 가설일 뿐이지만 아마도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이런 정책의 큰 변화에 대해 갑론을박 논의가 아직도 진행 중이며 따라서 외부로는 합의를 이룬 총론 만을 발표하고 각론은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발표되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시진핑 주석이 작년 9월 동북 지역 시찰 시 처음 제기한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가 큰 주제가 되고 여기에 재정 정책, 세재 개혁, 도시화 정책, 부동산 정책, 과학기술 정책 등 역점 분야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중국 경제의 큰 문제 중의 하나인 지방 재정 문제를 세제 개혁과 결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칭화대의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원래 중앙 정부 핵심 관료 출신으로 지금 현재도 정부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그가 최근 중국 마크로 경제 포럼 中国宏观经济论坛(CMF)에서 발표한 내용은 상당한 정도로 실제 중국 정부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역시 가정법으로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의 3중전회 발표문에 대한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S_RWmSK0oIQ&list=WL&index=1&t=1170s
그는 우선 이번 3중전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으로 문제의식과 인민들에게 개혁의 획득감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획득감이라는 것은 실제로 민생에 개선이 일어나서 인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로 생각된다.
중국 경제의 당면 문제는 과학 기술 혁신(신질생산력)과 내수부족이다
그는 현재 중국이 당면한 경제 문제를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과학 기술 혁신이다. 미국과 서방의 기술 제재로 인하여 숨통이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를 예로 들었다. 중국 또한 AI 연구에 십 년 이상 노력해 왔고 발표되는 논문 수는 미국을 초월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서방의 AI 기술이 터져 나왔을 때 중국은 어리벙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AI 기술에 반도체 기술은 필수적이며 이 반동체 기술은 엔비디아가 앞서 나가고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미국 정부에 의해 중국 공급이 막혔다. 이런 상황은 3중전회에서 반복해서 "과학기술 혁신"이 강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곧바로 "신질생산력"의 발전으로 표현되었다.
두 번째 문제로 3중전회에서 지적된 것은 내수 부족이다. 코로나 19 상황 이후 중국 경제는 매우 답답한 상태애 있으며 시장은 경제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상태다. GDP는 1분기 5.3%, 상반년 5% 성장을 보여 얼핏 괜찮아 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예를 들어 물가를 보면
지속 하강 상태이다. 공업생산 물가는 21개월 연속 하강 중이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중국의 명목 GDP는 금년 1분기와 상반기 모두 4%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의 잠재 GSP 성장률은 전문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6&, 5.8% 정도이다. 그렇다면 명목 GDP와 잠재 GDP 성정률의 차이는 무려 2%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의 경제가 얼마나 냉각되어 있는지를 시사한다.
지방 정부의 세출도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세출과 투자는 중국 GDP 40%를 넘게 차지했지만 금년의 경우 3.8% 정도 하락하였다. 지방 정부는 채무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채무 상환을 위해 지방 정부들은 세수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무리한 징수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관행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던 보조금들도 중단되거나 환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구 등에 있던 돈들이 우선적으로 은행 등 금융 기관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은행은 현금 보유고는 증가하고 있는데 자금을 써 줄 이는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세수 구조를 조정하려 한다
이러한 지방 정부 재정 상태의 난맥상은 중앙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3중전회의 결정문을 잘 읽어 보면 앞으로는 중앙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방 정부가 세출을 집행하는 방식에서 중앙 정부가 보다 많은 부담을 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앙 정부의 세입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내수 촉진의 근본 조치는 민생과 사회 안전망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후코우 제도의 폐지이다. 농민과 도시민으로 나뉘는 이 후커우 제도는 개혁 개방이 가져다준 경제 성장에서 농촌이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수많은 농민공들이 도시로 진출하여 도시의 사회 보장 서비스는 받지 못하면서 도시의 저가 노동력으로 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방면으로는 새로운 방식을 거론했는데 우선 지방 정부에게 그동안 시행되었던 부동산 구매의 여러 가지 제한을 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리고 부동산의 새로운 금융 방식을 탐색하겠다고 했다. 구체화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필자가 듣기로는 선 완공 후 분양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3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生育友好型社会)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리다오쿠이는 이 민생 부분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그 말은 뒤집어 말하면 민생 부분이 이번 3중전회에서의 경제 정책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앞서 지적한 "개혁의 획득감"을 위해 대단한 노력과 고민을 한 것이라고 리다오쿠이는 말한다.
리다우쿠이는 결론으로 이번 3중전회의 경제 정책은 첫 번째 목표가 눈앞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 두 번째가 인민의 획득감을 주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리다오쿠이는 경제가 잘 돌아갈 때에는 개혁을 하기가 쉽지만 경제가 냉각되는 시기에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개혁의 대부분은 많은 이의 이익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신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단기간 내에 지금 위축된 중국 경제를 따듯한 수준으로 전환해야만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리다오쿠이는 이를 위하여 오는 10월 국경절에 5천억에서 1조 위안을 마련하여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소비 바우처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액의 20%를 바우처로 제공하면 1조 위안을 보조금으로 사용할 경우 5조 위안의 소비가 일어나게 된다. 리다오쿠이는 이렇게 소비 바우처를 발행하면 단기적으로 소비를 촉진하고 연쇄 반응을 일으켜 생산과 세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2023 년 4 월 상하이에서의 경험에 따르면 당시 상하이는 1 위안의 소비 보조금을 지급하여 4 위안의 사회 소매 상승을 가져왔었다. 그러니 50조 위안을 넘는 중국 전체 소비 규모에 비해도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https://baijiahao.baidu.com/s?id=1805430838792913088&wfr=spider&for=pc) 이렇게 한편으로 경기를 진작시키면서 개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며 정책을 추진해 나가면 정책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다.
리다오쿠이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중국의 학계는 이렇게 어느 분야나 현실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제언하고 있다. 3중전회의 정책들은 그 방향성은 이론적으로 맞겠지만 현실과의 격차가 꽤나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혁신이 그렇게 의지와 투입되는 자원만 가지고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당 기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물론 그렇기에 리다오쿠이는 소비 바우처라는 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진지하게 이변 3중전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차례로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의 향후 경제 정책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