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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Jan 29. 2022

김영하 북클럽 _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라이브 방송의 질문과 댓글을 간단히 옮김

2022 김영하 북클럽_김원영 작가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영하 북클럽을 늦게 알고서는, 읽었던 책을 다룬 북클럽 라이브방송들을 골라 보았는데, 김영하 작가님이 제시하는 질문들이 책을 여러 모로 생각케 해주었다. 책은 도끼라고 하던데, 김영하 작가님의 질문은 정과 끌 같았달까. 톡톡톡 치고, 탁탁탁 다듬게 하는. 
 
 연말 북클럽 회원 대상 설문조사 때 ‘질문을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적었었는데, 일단은 내가 좋아서 거칠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질문에 답변한 댓글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댓글들도 많아서, 작가님이 언급하신 댓글들도 간략하게나마 적었다. 그러느라 댓글을 열심히 못 달았네 ㅎ (질문은 존댓말로, 댓글은 언급된 것들을 간단하게 나열) (본문 중 괄호 안의 내용은 김영하 작가님의 추가 발언)


Q1 이 책을 읽는 속도는 어떠셨나요? 빨려들어서 단숨에 읽으셨는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읽으셨는지요. 그리고 그 이유는요? (저는 개인적으로 빨리 읽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A 빨리 읽었어요 / 초반부를 빨리 읽었다 / 김원영 작가님이 자꾸 질문을 하셔요 / 경험과 기억을 끄집어내며 읽어서 빨리 읽을 수 없었다 /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라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Q2 저는 반전 있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이 책의 읽기 전의 인상과 읽은 후의 감상은 어떠셨나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장애인을 변론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 변론인 줄 알았는데 수용이었다 / 품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존엄에 대한 이야기였다 / 생각보다 경쾌한 부분이 많았다 / 배려가 아닌 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 이해를 구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냉철한 책이었다 / (수어에 대해서는 앤드류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더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굉장히 의외의 책이고, 그런 점에서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3 카프카는 책이 ‘우리 정신의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는데요. 여기에 동의하신다면, 독자 여러분은 무엇이 깨졌나요. 
 
A 수용, 장애의 정체성 / 나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 장애=불행이라는 편견 등등
 (작가님 _ 우리 모두는 자기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곤 합니다. 그중 하나가 “나는 차별하지 않아”, “나는 타인을 존중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확 깨지는 순간이 있죠.)
 
 Q4 저자가 이 책을 펴낸 그 의도는 뭘까요? 
 
A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 자기 삶의 수용 / 자유롭고 싶어서 / 의식의 확장,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고 말하기 위해 /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 인식의 전환을 위해 /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을 다독이는 책처럼 보였다 /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모든 글쓰기에는 일차적으로 그런 기능이 있죠. 자기 약점을 드러내는 글쓰기가 쉽진 않아요. 드러내면서 써나가는 동안 자기가 자기 삶에 대한 생각을 바꿔갈 수 있죠.)/ 잘못된 삶이란 없다 / 개개인의 고유성을 봐달라는 메시지 등등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도 독자에게 말하려는 것이 있겠지만, 이런 책을 쓰는 저자로 살아가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과 같은 책 바깥의 메시지도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내 서사를 가지고 설득력 있게,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것도 하나의 컨텍스트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글을 쓴 중요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Q5 이 책의 서술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어떻게 썼길래, 많은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풀었길래, 어떤 구성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A 솔직해서 / 실제 사례와 법정 이야기가 추가되어서 / 각주가 매우 재밌었다 / 논리적이었다 / 진솔한 이야기가 주는 강력함 (그리스 윤리학에서의 에토스_누가 이야기하는가) / 허를 찌르는 부분(적절한 허구도 좋았죠) / 경험, 인용한 책의 적절한 배합 / 주석에 개인의 이야기를 반영해서 좋았다 / 저자의 품위와 위트(앞부분에서 노련하게 휠체어 타는 것, 흡입력있는 에피소드였죠) /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쓰면서 사회적인 부분을 추가하는 게 설득력 있었다 / 어떤 부분은 논문 같았다(저는 논문이라기보다, 강의실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크라테스식 문답이 오가는 강의실처럼 책에서는 청중의 반응을 예측하며 허를 찌르는 것 같았어요. 어떤 리뷰는 김원영 저자가 말을 자꾸 건다고 하던데요. 이 책이 독자에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은 부분이 있죠. 김원영 작가님은 강의를 잘하실 것 같아요.) / 조심스럽게 나의 실수, 잘못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 설득의 근거와 논리가 분명했다 / (다른 책의 텍스트도 많이 나오죠, 김현경 선생의 [사람, 장소, 환대] 등..)
 
 Q5_@ 굉장히 독특한 서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논리적으로 죽 전개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뷰를 구성한 것도 아니고, 마치 강의실에 있는 것처럼 역사적 사례, 사건, 판례 등을 가져왔어요. 어떻게 보면 두서가 없어보일 정도인데 ,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뭘까요. 수사학의 파토스, ‘‘이래도 장애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을 거야? 이래도?”와 같은 감정적 호소를 배제했는데, 왜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쓰셨을까요?
 A 독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 언변의 달인 / 변론이니까 / 장애인을 그저 불쌍하게 여기는 동정심에 호소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 감정으로 호소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서 등
 (이 책에서 ‘품격’과 ‘존엄’을 섬세하게 구별해서 말씀하시는데, 보통 철학책이 언어를 섬세하게 사용하죠. 사고 실험 전개 등 철학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도 있고요. 이렇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그래서 독서 후에도 명쾌하게 해답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감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신가요? 아직 마음 속에 남아있는 질문들이 있으신가요? 마치 학기 초에 교수님이 던지시는 질문들 같죠. 기말에 리포트 써야 할 것 같은 질문이요.)
 A 해답이 아닌 생각의 확장성을 원하신 것 같다 (네, 올리버 색스나 앤드류 솔로몬이 제시하는 것들, ‘정상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인가’ 등등에 대해 우리 인류는 분명한 답을 가지지 못합니다. 이 질문이 쉽게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책 전체가 함의한 것 같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어떤 책은 해답이 아니라 문일 때가 있습니다. 나니아의 벽장처럼 문을 열면 다른 세계들이 펼쳐지고, 그 안엥서 정신적 모험을 겪게 되죠.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심히 지나갔던 것, 그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관련 책들도 많이 읽게 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책을 피드에 소개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요. 스토리텔링이 좋은 책입니다. [우리는 실내형 인간]이라는 책을 최근에 보고 있는데, 여기에 자폐인들을 위한 건축이 나와요. 오히려 그 건축에서 비자폐인들이 편안해 한다고 하더군요….)
 
 Q6 우리가 장애인의 존엄을 위해 예의를 가져야 할 이유는 뭘까요? 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할까요? 그 근본적인 이유는?
 
A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니까 / 같은 사람이니까 / 모두 평등하니까 /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존중해야 하니까 / 인간성의 필수조건이니까 … (그렇죠.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죠. “이렇게 당연한데 왜 과거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을까요?”라고 김원영 저자는 물어볼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장애인은 이동의 자유를 갖지 못하고, 왜 현실은 여전히 좋지 않을까요. 이게 말하자면, 우리가 오랫동안 고민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어쩌면 이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어요. 좀더 근본적인 답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여러분의 답을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도 모르는 것 아닐까요? 왜 당연한지? 앞으로 우리가 장기적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해결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당연한 권리들이 지켜지지 않을까. 이 권리들을 얻어내는 것은 왜 어려웠을까.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Q7 김원영 작가님이 얘기하신 ‘연기’가 흥미로웠어요. 상대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서 연기를 하듯이 모른 척 받아주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십니다. 실제로 진지한 연기인이기시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이런 배려의 퍼포먼스를 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나의 약점을 적당히 모른 척해 주는 퍼포먼스요. 불쾌한 상황을 피하게 해준 배려요. 
 A 유산했을 때 말없이 밥 사준 사람들 / 이혼했는데 위트있는 배려 받았던 것 / 힘든 전화 받았는데 옆에서 못들은 척 해 줌 등등 (곧 설인데, 가족끼리는 예의 바른 무관심의 연기를 하지 않죠. 가족의 갈등 중 많은 부분은 어쩌면 연기를 안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이런 명절후에는 꼭 신문에 가족 내 사건이 나곤 하죠. 예의 바른 무관심의 퍼포먼스, 가족끼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적당히 모른 척해주기… 우리 한국인들이 이 퍼포먼스의 기술, 이 연기의 기술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2월의 책은, 다나자키 준이치로 작가의 [세설]. 강철의 북클럽이니 2권짜리 소설도 거뜬!하리라고 ㅎㅎ /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를 읽어볼까 했으나 그건 각자의 몫으로 맡기심/ 


 
 
 #김영하북클럽 #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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