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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진짜요 Mar 09. 2023

SNS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사내 브랜딩 담당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입사한 뒤로 어워드 출품도 하고 웹사이트 리뉴얼도 했지만, 사실 브랜딩 담당자의 가장 주된 업무는 소셜 채널 관리다. 


Unsplash 무료 이미지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SNS 프렌들리한 사람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눈팅용’ 깡통 계정이고, 그 흔한 인스타 스토리 하나 올려본 적이 없다. 광고홍보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SNS와 친하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긴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남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홍보대행사에 몸 담고 있을 때도 주로 언론홍보나 MPR, IMC 캠페인 위주로 진행했을 뿐 SNS 관리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이 회사에서 가장 SNS를 모르는 사람을 꼽는다면 그게 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성향이야 어찌 됐건, 이번에도 대표님이 지시하신 일이니 해내야 한다. 

가보자고.





01.  계정 생성


우선 공식 계정을 먼저 생성해야 한다. 우리는 비핸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3가지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회사 창립 초기에 대표님이 미리 선점해두신 (그러나 텅 빈) 계정이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어찌저찌 연동하고, 구글의 도움을 받아 프로페셔널 모드로 전환했다. 프로페셔널 계정과 별개로 비즈니스 계정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둘 사이의 차이점이 명쾌하게 안 나와서 ‘좋은 거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둘 다 설정해 두었다. 어쨌거나 광고를 집행하고,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같은데 우리는 그럴 생각까진 없었기에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02.  목표 설정


‘대표님이 만들라고 해서’ 시작하긴 했지만 SNS를 운영하는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SNS를 통해서 광고주를 영업하기 보다는 채용 브랜딩 목적에 가까웠다. 회사 자체가 일반적인 광고/홍보대행사와 다르기 때문에 입사 희망자들이 JD만 봐서는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 말은 즉, 우리의 목적은 팔로워를 늘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고(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브랜딩이 SNS의 톤앤매너에도 반영되어야 하며, 포스팅의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표 설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내용이 대표님과도 충분히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표님으로부터 왜 우리는 팔로워가 이거 밖에 안되냐, 어디서 이런 걸 봤는데 우리도 이런 거 올리면 안되냐 등등의 소리를 듣는 대환장 멀티버스가 펼쳐질 수 있다. 


03.  콘텐츠 기획안 


이제 도화지처럼 텅 빈 공간에 어떤 콘텐츠를 올리면 좋을지 고민할 차례다. 다른 광고회사에서 운영하는 계정을 살펴보니,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한 말투로 소구하는 곳도 있고, MZ세대를 겨냥해 트렌드를 반영한 숏폼 콘텐츠를 올리는 곳도 있고, 아니면 정직하게 작업물들을 차곡차곡 아카이빙하는 곳도 있었다. 


우리는 포트폴리오와 사내 행사 등 브랜딩 콘텐츠가 위주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는 피드를 유지하면서 깔끔하고 세련된 무드를 가져가기로 했다. 가장 상단에는 회사를 소개하는 포스팅 3개를 고정 게시하기로 했다.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를 보여주는 <Brand Story>, 우리의 작업물을 짧은 쇼릴 영상으로 담은 <Works>, 우리의 업무 방식을 보여주는 <People> 등 포스팅 3건으로, 썸네일을 연속된 이미지 형태로 디자인하기로 했다. 


04.  테스트 중입니다...


기본적인 세팅은 끝났고, 이제 정말 콘텐츠를 개발할 단계다. 포트폴리오 위주로 올리기로 했지만, 어떤 식으로 사내 프로젝트를 취합하고 선정해서 콘텐츠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부 프로세스 기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한 달에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가 취합될지, 이 중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콘텐츠로 만들 프로젝트를 선정할지, 디자인 작업은 누가 할 것이며 품이 얼마나 들 것인지에 대한 가늠이 전혀 되지 않았다. 


혼자 끙끙 고민하던 나는 일단 뭐라도 만들어서 올려 보기로 했다. 

임의로 선정한 몇 개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디자이너 한 분의 도움을 받아 이런 저런 테스트를 거친 끝에 콘텐츠로 완성할 수 있었다. 콘텐츠 업로드 주기가 느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 당 3건씩 포스팅을 구성, 1행을 기준으로 만들어 올렸다. 


05.  프로세스 정립


확실히 테스트를 해보고 나니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겠다는 감이 조금씩 잡혔다. 프로세스를 이렇게도 짜보고 저렇게도 짜보면서 주변 동료 분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A라는 방식을 고민했다가 아닌 것 같아서 B로 수정했다가 결국 다시 A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확신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대표님이 보시기엔 삽질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SNS 관리도 조금씩 안정화를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인생은 늘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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