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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Oct 08. 2023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오펜하이머가 막스 보른이라는 스승을 만난 것처럼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과학자들이 지식을 나누고 연결시키고 증폭시키는 양상이 핵분열의 연쇄반응과 겹쳐 보였다. 과학자들은 본인이 아는 것, 알아내는 중인 것, 알고 싶은 것을 다 꺼내놓고 서로의 지식을 연결시키며 앎의 범위를 확장한다. IT 쪽에서 오픈소스를 통해 더 나은 아웃컴을 함께 만들어가듯이 the better society/future을 위해 지식을 독점하지 않는다.


지식뿐 아니라 인맥도 공유하고 연결한다.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기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적극 소개하고 연결해 준다. 소개와 만남, 그 작은 연결고리 하나가 한 사람과 인류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닐스보어가 오펜하이머에게 막스 보른을 소개해주고 괴팅겐 대학교에 가보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핵심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지식이 공유되고 연결되고 확장되듯 사람도 우연과 소개로 서로 연결됨으로써 한 사람의 세계와 자아가 커져가는 그 역학관계가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사람은 혼자 살 수도, 혼자 성장하기도 어렵다. 끊임없이 주변 사람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 역시도 그렇다. 지금의 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립하고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할 수 있는 건 내가 만났던 소중한 귀인들의 이끔과 자극, 관심과 사랑 덕분임을 안다.


나를 나로 만드는, 서사정체성(narrative identity)을 이루는 다채로운 시도와 성취, 실패와 성장, 많은 감정과 경험들은 나의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가능했다. 굵직한 경험들과 내 삶에 흩뿌려진 많은 이벤트와 귀인들(connecting the dots를 위한 수많은 dots). 귀한 인연들이 만들어준 내 세계의 이야기들이 나를 구성한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열등생이었다. 그러다 닐스보어가 괴팅겐 대학의 보른이라는 교수를 소개했고 그를 스승으로 만나게 되면서 오펜하이머의 삶도 달라졌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기량과 가치, 장래가 달라진다. 특히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는 삶의 초반기에는 어떤 스승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감사하게도 내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은사님이 여럿 계시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보며 성장 과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감사한 기회들을 얻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직장인이 되어보니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셨던 관심과 사랑은 직업 교사로서 하는 업무 이상의 것이었다. 교수자로서 가르침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마음을 쓰고 육성하셨던 열정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받았던 그 따뜻한 마음들과 눈빛과 말씀들이 여전히 햇살처럼 느껴진다. 좋은 사람으로 클 거란 확신을 주시고 큰 사랑을 심어주신 초등학교 선생님들, 팝송을 통해 영어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6학년 담임 선생님, 배려와 격려로 꿈을 키워주셨던 중학교 선생님, 그리고 세심히 봐야만 아는 나의 면모를 발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과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며 이면을 보게 하신 교수님.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안다. 그래서 내게 좋은 영향을 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감사 표현을 더 잘해야 하는데 이건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들을 pay forward의 자세로 나누고 싶다. 세심히 바라보아 좋은 점을 발견해 주고 격려해 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보와 사람, 장소와 기회를 연결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라는, 내 주변 사람들이 좋은 기회에 닿기를 바라는 내 마음의 출처가 어쩌면 나의 은사님들이 아닐까. 내가 받은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그런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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