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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Jul 28. 2024

새로운 세계를 만나 화학적 변화를 겪다

표면적으로는 5개월의 공백이었고, 내면적으로는 화학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기. 이는 단순히 거처를 옮긴다거나 몸무게나 늘었다거나 하는 물리적 변화가 아니기에 이전의 나로 돌아가려면 또 다른 화학적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물리적 변화와 달리 화학적 변화는 인생에서 몇 번 겪지 않는 큰 변화다. 그 결과,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부분인 취향과 취미,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바뀌고, 삶의 모습이 변한다.


새로운 세계, 그것은 사람일 수도, 믿음일 수도 있으며 사건일 수도 있다. 내게 있어 새로운 세계는 대부분 사람이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변해왔다.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닿은 인연들에 의해 삶의 분기점들이 만들어졌으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고, 새로운 생각에 이르기도 하며,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용기를 내보기도 했다.


만나는 모든 이가 인연이 되진 않지만,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언제나 나의 세계를 확장했다. 이는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나섰던 것처럼,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여정의 끝에는 무언가 희망적인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적어도 호기심을 충족시킬 배움이 있을 것을 담보하는 탐험을 선사했다. 그렇게 삶은 수많은 인연들을 거치며 나의 서사정체성을 만들어왔다.


3월, 긴 호흡과 강도 높은 에너지를 요했던 장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시점이었다. 무언가 하나에 몰입하면 다른 것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내게 새로운 탐험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알았다고 말하기까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 대상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알아간다. 그렇게 진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데 올해의 상반기를 쏟았다.


언젠가 엄마께서 하신 말씀 "내 딸이 열심히 살지 말고 즐겁게 살면 좋겠어."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제대로 것 같다. 삶은 이전보다 충만해졌고 인생을 가볍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었고, 새로운 종류의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으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길어 올린 생각들을 시간에 널어 찬찬히 말리는 중이다. 인생을 무겁게 살고 싶지 않은 나는, 변화한 내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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