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챌린지
30일 챌린지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바로 그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침에 적어놓은 ‘2022년 도전하고 싶은 것’의 목록을 쭉 훑어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달리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운동이라면 질색하는 내가, 달리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퇴근길에 종종 함께 팀을 이뤄 달리는 젊은 남녀를 봐왔기 때문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의 페이스에 맞춰 뛰고 있던 사람들. 잔뜩 무거워진 마음과 몸으로 퇴근하고 있는 나와는 상반되게 온몸으로 활기찬 에너지를 뿜고 있던 모습. 그들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며, 저렇게 힘차게 달리다 보면 무거운 기운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었다.
옷장 문을 열어, 달리기에 적합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집 앞 편의점 갈 때 입는 편한 운동복 바지와 후리스를 꺼내 입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은 푹신한 운동화도 신고, 신발끈도 단단히 매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바로 현관문을 나섰다. 집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도착하는 ‘용지호수’를 목적지로 힘차게 걸어갔다. 용지호수는 창원에 발령받아 이사 왔던 첫날, 엄마와 함께 찾았던 곳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공원이어서 산책 겸 찾아가 봤더니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인기 있는 운동 혹은 나들이 장소였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8시쯤에 도착했더니 운동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간단하게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준비 운동을 마치고, 에어팟을 끼워준 후 흥이 나는 노래를 틀고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운동을 너무 멀리했었는지, 천천히 발을 굴려도 금세 숨이 찼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뛰다가 다시 천천히 걷기를 반복했다. 힘겹게 용지호수 한 바퀴를 완주하고는, 자신감이 붙어서 걷는 구간보다 뛰는 구간을 늘려가며 두 바퀴를 더 달렸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는 용주 호수 주변에 설치된 가로등을 결승선 삼아 두 번째, 세 번째 가로등이 나올 때까지만 더 뛰어보자는 의지를 내었다. 막판에 끌어올린 힘으로 결국 네 번째 가로등이 나오는 지점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한숨 돌리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뛰고 있을 때 신경 쓰지 못했던 호수를 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어린아이와 함께 나와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 손을 꼭 잡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 연인들, 마라톤 선수 같은 포스와 복장을 하고 한결같은 속도로 뛰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와 꼭 함께하지 않아도, 이 무리 속에 속해있는 것만으로 집에서 혼자일 때보다 외로움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동과 산책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공동체에 섞여 들었다는 사실로 고독감이 상쇄되는 기분이랄까.
용지호수 입구까지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약 한 시간 정도 지나있었다. 따뜻한 물로 평소보다 오래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피곤한 몸을 폭신한 이불속에 누이니 노곤한 기분에 빠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엔 훨씬 상쾌하고 에너지 있는 몸과 마음으로 눈이 떠졌다. 저녁에는 전날의 좋았던 기억으로 또다시 용지호수를 향해 현관문을 나섰고 챌린지 두 번째 날을 이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