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디조 Oct 18. 2022

글 쓰는 사람

30일 챌린지

 번째 글쓰기 수업 이후 A4용지 한쪽 분량의 글을 써오는 과제를 받았다.  시간이고 자리에 앉아 진득하게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바쁜 회사생활 중에 글쓰기 시간을 마련하는  쉽지만은 않았다. 출근하기 , 퇴근  30분씩 짬짬이 시간을 내어 기한에 맞춰 글을 완성했다. 원고를 제출하고 나니, 일주일 동안 글쓰기로 끙끙대던 시간이 떠올라 후련하기도 하고 조금만  고쳐 보낼  하는 미련이 남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글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하며  번째 수업에 가기 전과 같이 긴장되는 마음이 느껴졌다. 최종 원고를 발송하기  애인에게 글을 보여주고 나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애인이 글쓰기와  읽기를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애정 어린 마음이 가득한 피드백이라 생각했기에 그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두 번째 글쓰기 수업 날이 되었다. 첫 수업 때보다는 긴장감이 덜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입꼬리를 장착하고 천천히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먼저 와 계신 작가님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작가님이 건넨 말이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되물었다. "진짜요? 진짜 제 글이 재밌었나요?" 작가님은 다시 재밌게 읽었다고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에 두 번이나 내가 쓴 글을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인사치레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뒤늦게 들어온 수강생들에게는 글을 재밌게 읽었다는 말을 곧장 건네지 않는 작가님을 보고 나서야 의심 없이 칭찬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업에서는 각자 써온 글을 읽고 글의 좋은 점과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시간이 되었을 때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지만 실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글을 재밌게 읽었다는 작가님의 말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다녔다. TV 속 이상형이 집 앞에 갑자기 찾아와 냅다 고백을 던지고 간 것 같은 상상할 수 없는 고백을 받은 기분이었다. 수업 내내 아드레날린이 퐁퐁 솟아올라 크게 웃고 싶은 걸 참으려 뜨거운 티를 홀짝홀짝 마셔줘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애인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이 내 글이 재밌대!” 인사를 생략하고 금방이라도 방방 뛸 것 같은 목소리로 첫마디를 툭 뱉었다. 그 뒤로 성이 찰 때까지 받았던 칭찬에 대해 자랑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널 뛴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오랜 샤워를 하고 집안을 정리했다. 할 일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11시를 조금 넘겼다. 이 시간이면 다음 날 출근을 위해 바로 잠자리에 눕지만 어쩐지 글을 쓰고 싶었다. 캄캄한 방에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놓고 의자 위에 앉았다.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니 새벽 1시가 훌쩍 넘어갔다. 다음 수업 때 더 좋은 글을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로, 화요일을 금방 수요일로 넘겨버린 것이다. 작가님은 아셨을까. 그때의 칭찬 한마디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했다는 사실을.


글쓰기 수업을 듣던 한 달간은 새벽까지 글을 쓰는 날들이 많아졌다. 글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합평 때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글쓰기에 흥미와 자신감이 채워졌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계속 글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다짐을 했고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밤, 첫 번째 글쓰기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