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령 전화를 받고 나서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었다. 경상도에도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 사업장에 발령이 날줄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물론, 신입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내가 될 거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가족, 애인, 친구들에게 창원 발령 소식을 순차적으로 전했다. 발령 소식을 전하다가 찔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호탕하게 웃어버리기도 했는데 스스로가 믿기 어려운 현실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것 같다.
근래에 많은 사람의 축하를 한 몸에 받는 대상이었는데, 상황은 180도 바뀌어있었다. 나는 걱정과 위로를 한 몸에 받는 대상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걱정과 위로가 고맙긴 했지만, 그런 따뜻한 말들로 오락가락한 나의 정신 상태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며칠 간의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 쉬며 잠에서 깼고, 또 한숨을 푹 쉬며 잠자리에 들었다.
지방 발령 시작 3주 전 어느 날, 어두운 방구석에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인터넷에 ‘지방 발령’을 검색해 보고 있었다. 지방 발령이 나서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 오지 발령이 나서 심심해 미치겠다는 이야기 등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투성이였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종일 막막한 기분에 쌓여 있다가, 밤늦게까지도 우울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고 멍하니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엔 고민하고 힘들어해봤자 나의 현실이 변할 리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결국, 변할 수 있는 건 나의 마음가짐.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
친척도, 지인도, 하다못해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낯선 그곳에서. 혈혈단신이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만 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고군분투 지방 발령 생존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