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바젤 여행기
우선, 이 이야기의 시작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을 건축가라 부르기를 수줍어하는 K
-자신을 디자이너라 부르기를 수줍어하는 E
-K와 E의 징징거림에 "일단 해", "일단 써" 등으로 언제나 단호히 응수하는 작가 J
이야기는 K의 제주도 출장길에서 비롯된다.
인터넷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비행기 안에 꽂혀있던 잡지를 심드렁하게 넘기던 K는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유레카!"를 외친다.('그럴듯한 여행의 명분 하나를 찾아내서 기쁘다'는 의미다.)
한눈에 세기 힘든 많은 수의 디자인 가구들이 아름다운 콜라주를 보여주는 이 한 장의 사진 아래 달린 제목은 무려, '예술과 산업의 융합체, 비트라 캠퍼스'!
비행기에서 내린 K는 E와 J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설 연휴에 여기 가실 분?"
"독일?"
"독일이긴 독일인 거 같아요. 스위스 바젤에서 제일 가깝다고..."
"프랑스, 독일에 인접한 곳인 듯. 직항은 없어요."
둘 다 호기심은 보였지만, 작가 J는 '겨울에... 그렇게 멀리...'라는 말을 남기며 평소와 같이 재빠르게 포기를 선언한다.
검색을 거듭할수록 건축가 K와 디자이너 E가 바젤에 가야 할 명분은 넘쳐났고 둘은 곧, 바젤 여행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춥고 먼 곳은 싫어하지만 K와 E의 여행이 출장에 준하는 스케줄이 될 것임을 꿰뚫어 본, 예지력의 소유자 작가 J는 '가제:디자이너와 아키텍트 함께 바젤에 가다'라는 여행기를 쓸 것을 주장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여행에 참여했다.
그렇게 우리의 바젤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