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젊은 웰다잉 가이드: 마지막 안녕

매일, 내 죽음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①

by 팔구사이

우리의 마지막은 안녕한가요?: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하여


어느덧 우리 곁에 ‘잘 죽는 법(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배우 박정자 님은 자신의 작품 촬영 중 지인들을 모아 ‘생전 장례식’을 열어, 살아있는 동안 지인들에게 직접 감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드라마 ‘서른아홉’이나 ‘메리킬즈피플’ 같은 작품들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마지막을 직접 준비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웰다잉은 더 이상 낯설거나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흐름과 우리가 마주한 현실 사이에는 아직 뚜렷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죽음’, ‘엔딩’, ‘마지막’이라는 단어 앞에서 주저합니다. 당장의 노후 준비와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위한 계획에 집중할 뿐,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거나 아주 먼 미래의 일로 여기는 경향이 짙습니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수년간 생사학과 노인복지 현장에서 웰다잉 교육을 진행해 온 한 전문가의 인터뷰는 우리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가 진단 테스트 10개 항목 중 고작 2~3개만 해당하는 수준이라는 사실은,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을 대변합니다.


출처: 책[웰다잉 강의 잘하는 법]


75세를 기점으로 죽음 준비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지고, 사는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나뉩니다. 수도권의 고학력층은 철학적 접근과 안락사 법제화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농촌의 저소득층은 보다 현실적인 장례 절차를 고민하는 식입니다.


웰다잉 과정 중에 전문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족과의 소통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웰다잉 교육을 통해 약 30%의 참여자만이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고 가족과 대화를 시도할 뿐, 나머지 70%는 여전히 마음의 준비를 더 필요로 합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입을 닫고, 자식은 부모의 마지막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효라 여깁니다. ‘죽음도 복지의 영역’이라는 전문가의 말처럼, 개인의 준비를 넘어 사회적 인식 개선과 소통의 장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영화 [엔딩노트] 中


그럼에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죽음은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엔딩 노트 작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듯이, 우리 사회도 곧 웰다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은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남겨질 가족들에게 혼란과 슬픔 대신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조금은 낯설고 어렵더라도, 이제는 우리의 마지막이 안녕한지 서로에게 물으며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어쩌면 가장 젊은 웰다잉 가이드: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