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젊은 웰다잉 가이드: 장기기증

매일, 내 죽음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②

by 팔구사이

나의 마지막 순간, 세상과 이어지는 가장 따뜻한 끈


책의 목차를 구상하며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뒤에서 풀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려온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님의 소식은,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함께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님은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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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기기증에 대한 오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고등학생 시절, 생명윤리 시간에 들었던 한 전문가의 강의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린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날 저는 부모님께는 비밀로 한 채, 조용히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철없던 시절의 충동적인 결정일 수도 있었지만, 그 선택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제 삶의 자랑스러운 신념이 되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두 번 갱신하는 동안에도, 한쪽에 새겨진 ‘장기기증 희망’이라는 작은 표시는 제게 늘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숭고한 나눔의 약속이 생각보다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모두 해두었음에도, 이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본인의 뜻이 최우선으로 존중되지만, 장기기증은 다릅니다. 현행법상 제가 뇌사 상태에 빠지더라도 가족이나 유족 중 한 명이라도 명시적으로 반대하면 기증 의사는 철회될 수 있습니다. 나의 굳은 결심이 가족의 반대라는 벽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나의 뜻을 미리, 그리고 명확하게 가족에게 알려두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나눔이 가져다주는 가치와 기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에게 장제비와 진료비를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생명나눔증서’를 전달하며 고귀한 뜻을 기립니다. 또한, 기증자와 수혜자가 익명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생명나눔 희망우체통’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에게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은 기증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숭고한 가치임을 보여줍니다.


장기기증은 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마지막 끈이자, 누군가의 삶 속에 나의 일부를 남기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입니다. 나의 죽음이 한 생명을 살리고, 그 생명이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가는 선순환을 상상해 봅니다. 이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도 한번쯤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장기기증이라는 따뜻한 나눔을 결심하셨다면, 그 뜻을 마음속에만 간직하지 마십시오. 오늘, 사랑하는 가족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나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의지가 온전히 존중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준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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