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약속
이혼 후 1년간 정리되지 않아 뒤죽박죽이던 내 마음을 차분히 돌아보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이젠 솔직하게 살래]라는 제목의 매거진으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약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매거진에 발행했다. 결심으로 쓰지 않았을 때는, 작가의 서랍 속에 보관만 할 뿐이지 발행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떻게 읽힐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느냐'가 내게 중요했으니까.
결혼 생활을 하며 괜찮은 척 주위를 속이고 나를 속이며 지내왔던 지난날과 이별하고 싶었다. 솔직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서랍 속에 묻어두는 게 아니라, 용감하게 발행이 가능했으리라.
새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2가지 소망을 품었다. 매거진을 끝마칠 때는 복잡한 나의 감정도 많이 정리가 되어있기를 바랐고, 중간에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매거진을 끝맺음할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 나의 2가지 소망은 잘 이루어져, [이젠 솔직하게 살래]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이 완성되었다.
어쩌면 나는 다짐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나와의 약속을 하기 위해 글을 써 내려간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솔직한 내 감정을 바라볼 수 있었고, 조금 더 덤덤하게 과거의 상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만하면 글을 쓴 보람이 있는 게 아닐까.
나와의 약속을 지켜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브런치에 내 글이 소개되어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셨다. 차갑게 얼어있던 내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간 시간이었다. 부족한 내 글에 격려의 덧글도 남겨주시고, 라이크잇도 눌러주셔서 큰 위로를 받았다.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아픔이 이해받고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 책을 완성하고 싶었고, 며칠은 더 많은 시간을 내어 하루에 2편씩 적어나갔다. 20대엔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몇 날 며칠을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아이를 낳고 이렇게 오랜 시간 글을 써 본 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했고,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서성임을 하나씩 모아 글로 묶었고, 내가 그린 그림으로 책 표지를 만들어 브런치북을 완성했다. 이 모든 시간들이 내게 의미 있음을 알기에, 이 의미 있는 시간을 나와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소중한 시간을 제 글과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비록 부족한 글솜씨지만, 제게 허락된 매일을 꾸준히 기록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제 글과 함께 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연휴 보내세요."
브런치북 주소는 https://brunch.co.kr/brunchbook/be-honest 입니다.
덧글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