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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Dec 18. 2023

이유식에 정성을 들인다는 것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이유식을 시작하니 하루하루가 더 정신없게 흘러간다. 이전의 루틴이 모두 깨어지고 처음부터 다시 육아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해나가는 건 설레는 일이지만 내 앞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 또 나는 얼마나 깨어질까. 남들은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어렵게 느껴질 때면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거였다니.


나는 요리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이유식은 엄마가 조금만 열심을 내면 아이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막상 결과물은 미음 3개밖에 안되는데 준비할 건 왜 이리 많고 설거지는 왜 산더미인지. 그래도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서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다행인 건 아기가 잘 받아먹는 편이라 이유식을 만들어주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육아를 돌아보면 아기가 너무 잘해줘서 나만 잘하면 모든 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만 잘하면 된다!


사실 사서 먹여도 되고 이거 잘한다고 누가 막 알아주고 치켜세워주는 것도 아니다. 육아에 있어 많은 일들은 엄마의 만족을 위한 일인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식에 정성을 들이는 건 나와 우리 아기는 이 정성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아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SNS의 엄마들을 보면 어떻게 아기랑 함께 있으면서 그렇게 잘 만들어 먹이는지 놀라울 뿐이다. 자꾸 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그나마 하고 있는 것도 잘 못하게 될까 봐 요즘은 SNS를 자제하고 있다. SNS를 멀리하니 오히려 우리의 소박한 일상에 더 집중하게 되어 좋고 아이의 눈을 더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 좋다.


훗날 아이가 더 크면 이때의 수고와 불안은 비교도 안될 만큼 더 큰 고민이 주어지겠지만 지금 내겐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어떻게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먹일까 가장 좋은 것을 줄까. 엄마가 되고 나니 내 걸 줄여서라도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주고 싶다.


앞으로도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을 기억할 테니까. 지금이 우리 인생의 호시절이고 두고두고 열어볼 인생의 한 페이지라는 것을 잊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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