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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Dec 22. 2023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랑하지 않는다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이유식을 시작하니 다시 신생아 때의 바쁨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침부터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긴 이유식을 해동하고 턱받이를 싫어하는 아기에게 턱받이를 겨우 채운 뒤 양가 부모님께 보내드릴 영상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셋팅한다. 분유를 먹이기 전에 약간 배고플 때 먹이라고 이유식 책에 나와 있어 그렇게 했는데 아기가 오늘은 많이 배고팠는지 이유식을 많이 먹지 못하고 보채서 바로 분유를 타 주었다. 열심히 만든 이유식인데 남기면 속상하긴 하지만 아기 컨디션이 더 중요하니 아쉽지만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버린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 끝에 아기는 편안함을 되찾았고 나는 더럽혀진 옷을 빨고 이곳저곳에 묻은 이유식을 닦아냈다. 그렇게 나와 아기의 오전이 흘러가는 요즘이다.


SNS를 줄이려고 하지 않아도 어차피 시간이 없어서 못 보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만큼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아이는 쑥쑥 자라 이제 5개월 차에 8.5kg인 통통한 아기가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는 아기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눈 깜짝할 새에 이만큼 크다니. 그만큼 내 세월도 이만큼 지나가버린거겠지 하며 오늘도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을 아기가 자는 틈에 해볼까 고민을 한다.


최근에는 육아서를 읽고 있는데, 그중 오늘 읽은 책은 지나영 의사 선생님의 ‘본질육아’이다. 육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인드를 훈련받는 느낌이라 책을 읽을 때마다 개인 과외를 받는 느낌이다. 나는 내가 육아를 이렇게나 열심히 할 줄 몰랐는데 하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난다. 뭘 더 해주고 싶고 그렇다기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을 덜 할까 그런 마음이 더 크다. 이미 넘쳐나고 있는 육아 정보들 중에 진짜를 걸러내어 나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그런 육아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시간은 늘어나고 SNS를 하는 시간은 줄어드니 삶이 이전보다 훨씬 풍족해짐을 느낀다. 나와 아이에게 더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삶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도 많이 줄었다. 남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그 시간에 휴식을 하고 아이에게 더 잘해주게 된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다. 나의 예상과 매일 다르게 흘러가는 요즘이지만 그래서 참 감사하고 예측할 수 없기에 내일을 더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SNS에 기록하지 않아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와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쩌면 미처 기록하지 못해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만 느끼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진짜 행복한 순간은 왠지 자랑하고 싶지 않아 진다. 왜냐하면 이 행복은 나만, 우리 가족만 알았으면 좋겠는 마음에서다. 다른 사람은 굳이 몰라도 되는, 우리 가족만이 느낀 이 행복은 굳이 자랑할 필요도 기록할 필요도 없을 때가 있다. 기록을 좋아하는 나도 종종 그냥 내 마음에만 담아두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다.


육아를 시작하고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복직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적게 남아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날들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더 잘해야지. 아이도 행복하지만 나 또한 엄마로서 후회가 남지 않게 그런 육아를 해야지 다짐하곤 한다.


앞으로 은율이와의 시간도 자랑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만이 아는 그런 일상의 소박하고 소소한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넘쳐났으면 한다. 그렇게 지내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요즘 경험하는 중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육아일상은 어떨지. 귀엽고 뽀송뽀송한 너와 함께라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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