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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Dec 25. 2023

첫 번째 크리스마스라는 의미부여보다 중요한 것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오늘은 크리스마스 당일! 은율이와 보내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다. 뭔가 특별한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현실은 집에서 이제 막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집을 치우고의 반복이다. 게다가 이유식을 시작하니 똥을 어찌나 자주 싸는지.. 도무지 끝나지 않는 집안일 가운데 한숨을 쉬며 아기의 옷을 갈아입히다가도 그저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는 아이가 고마워서 이내 속으로 너는 잘하고 있어 엄마가 더 잘할게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게 된다. 너와 함께하는 첫 백일, 200일, 300일, 크리스마스, 새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매일이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모른다. 나도 육아를 처음 하는 입장에서 처음엔 이런 것들이 너무 좋고 따라 해보고 싶고 그랬지만 이제는 의미부여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들여다보면 매일 비슷한 일상일 뿐인데 남들보다 더 특별해 보이려고 사진도 찍고 먹지도 않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는 게 우리에겐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은 바로 집에서 배달시켜 먹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는 곳에 가서 괜히 피곤함만 얻어오느니 차라리 집에서 편안하게 재밌는 걸 보면서 맛있는 걸 먹으며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 둘 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육아도 분담이 되고 아기도 마음껏 뒤집고 놀 수 있어서 참 평화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내일이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요란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다음날이 기대가 되어야 하는데 어쩐지 내일이 더 두려워졌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이런 특별한 날은 내일을 위한 힘을 비축하는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매일이 그렇게 의미부여를 할 만큼 특별한 날이라면 매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하기에. 우리는 한 발짝 물러서기로 한다.


사실 12월부터 시작된, 아니 그전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좀 지쳤다. 어딜 가나 크리스마스를 외쳐대는 것 같아 조금 조용히 지내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잔잔하게 캐롤을 듣고 겨울 분위기를 느끼는 건 좋지만 크리스마스 때문에 소비가 과하게 늘고 서로 불평하는 모습은 적어도 내겐 좋아 보이지는 않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대로 올해도 집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앞으로 아이가 커도 비슷하게 지낼 것 같다.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며, 따뜻한 집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건낼 수 있는 마음이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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