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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Dec 28. 2023

이만하면 괜찮은 행복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요즘 육아를 하며 유독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아기는 이앓이를 하며 짜증을 내는 볼빨간오개월춘기를 지나고 있지만 어쩐지 나는 짜증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끄응끄응 대며 돌고래 소리를 내는 아기가 너무 귀엽다. 얘랑도 정이란 게 든 걸까. 신생아 시기 때는 아기랑 보내는 하루하루가 좋으면서도 두렵고 불안했는데 요즘은 아기랑 눈을 맞추고 같이 웃는 시간이 많아져서 감사하다.


육아 초반에는 일하던 루틴이 남아있어서인지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했었다. 그래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엇이든 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바쁜 신생아시기에 나는 산후우울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부단히 SNS를 하고 아기 사진을 찍고 맘카페에 아기를 키우는 방법을 폭풍 검색했다. 그때에 비하면 오히려 요즘은 느긋하고 여유가 있다. 예전에 아이가 없을 때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잘 누리지 못했고 그 시간을 참 아까워했다.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하려고 부단히 바쁘게도 살아왔다. 임용고시 준비를 하다가 정교사 발령을 받고 열심히 지내왔으니 그것이 이어져 임신 기간에도 계속 바빴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바쁜 걸 좋아하는 그런 축에 속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아이랑 보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을 어떻게든 무엇으로라도 채워보려고 했을 텐데 요즘은 별로 그렇지가 않다. 육아가 힘들긴 하지만 그냥 아이랑 함께 보내는 순간이 좋고 쉴 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쉰다. 참 신기한 게 이 시간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가장 가까이서 아이의 가장 어린 날을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 그것이 내 하루의 모든 고단함을 상쇄시켜 준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는 엄마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노력해 왔던 엄마임은 자신할 수 있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자신감이 내 안에 있다. 너를 위해 엄마는 이만큼 노력했었어. 그리고 이렇게나 너를 잘 키웠어라고 훗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육아를 했다.


다시 반복될 내일을 위해 오늘 이런 나의 다짐을 기록해 둔다. 내일은 비록 다른 마음일지라도 다시 이 페이지를 열어보며 내가 이만하면 괜찮은 엄마였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만하면 괜찮은 엄마, 이만하면 괜찮은 행복. 더 이상의 행복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 지금 이만큼으로도 우리 집은 충분히 사랑으로 가득하고 다정함으로 충만하다. 지금처럼만 내년에도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귀엽고 예쁜 네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엄마 아빠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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