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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Mar 30. 2024

나 다움을 잊지 않는 엄마 되기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지난 글이 2월이었으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글을 쓸 생각을 하나보다. 자주 써야지 하는 마음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는 나에겐 다소 명확하지 않은 말이었다. 앞으로는 주 1회 정도는 브런치에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


블로그를 오래 했고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지인 포함) 봐주시다 보니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기가

어렵다. 그래도 브런치는 아직 팔로우해주시는 분이 많지 않아서 내 속 마음을 털어놓기가 어쩐지 더 쉬운 것 같다.


무얼 하느라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을까. 어느새 아기는 8개월이다. 이제 10일 정도만 더 지나면 9개월이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언제 이 아이를 돌까지 키우지 라는 생각은 이제 내 눈앞에 현실이 되었다. 곧 있으면 아이는 돌을 맞이한다. 나도 이제 곧 돌준맘(돌을 준비하는 엄마)의 세계에 진입한다.


아주 어릴 때보다 지금은 그래도 이 친구와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게 많이 수월해졌다. 6개월에서 7개월로 넘어갈 때 이앓이 때문에 진짜 힘들었고 8개월이 되니 아기는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다. 아기가 편안해하니 나도 마음이 편하다. 이제 나의 일상도 엄마로서 어느 정도 루틴이 생겼고, 아기도 먹고 자고 싸고 하는데 패턴이 생겼다. 아이와 나의 삶이 조금이나마 통제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니 육아에 자신감이 더 붙는다. 해낼 수 없을 것만 같던 시기를 지나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마로 나는

성장하고 있다.


문득 엄마로서는 이렇게 나름대로 준비되어 가고 있는데 나 자신으로서는 나 다움을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 내 생활에 모든 중심이 아이가 우선이 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흐릿해진다. 나 다운게 뭔데! 요즘 내가 나에게 외치고 싶은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걸 꼭 찾아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엄마라는 정체성도 나의 일부이기에 그 안에서 나 다움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 다움을 잊지 않는, 잃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내 할 일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육아용품을 고르고 두는 일. 아이와 눈을 맞추며 책으로 소통하는 일. 매일 엄마표 이유식을 선물하는 일. 아이의 하루 일과를 제법 잘 관리해 내는 일. 남편과 아이에 대해서 지혜롭게 소통하는 일. 아이를 둘러싼 앞으로의 일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일. 이제는 이런 것들이 나를 정의하는 일이다.


앞으로의 육아 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보다 더 나은 엄마가 되어있으리라 믿는다. 아이의 성장이라는 신비를 눈앞에서 바라보는 이 귀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좋은 엄마다라고 오늘도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밤잠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오늘 육퇴도 잘 끝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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