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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Feb 27. 2024

겸손하게 육아를 하는 마음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육아휴직을 하고 어느덧 7개월이 지나간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아기와 살아가다 보니 아기도 나도 7개월 전보다는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 같지만 뒤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조금씩 다른 색깔의 날들이었다.


우리의 하루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 5~6시 사이에 일어나서 분유 200ml를 먹고 잠이 덜 깬 엄마와 함께 신나게 논 다음 다시 잠깐 잠을 잔다. 9시쯤 일어나 이유식 100~120ml를 먹고 얼굴과 손에 뭍은 이유식을 씻는다. 물론 온몸에 이유식을 다 묻혀서 샤워를 하는 날도 있다. 7개월쯤 되니 이유식을 먹을 때 가만히 있지 않아서 살살 잘 달래면서 먹여야 한다. 그다음엔 1시간 정도 있다가 분유를 조금 더 먹고 또 낮잠에 든다. 7개월 아기는 낮잠을 하루에 2~3번 정도 잔다. 오전 낮잠을 1시간 이상 자고 일어나서는 또 분유를 먹는다. 하루에 분유는 이제 600~700ml를 먹는 듯하다. 이제 이유식을 더 많이 먹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분유는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 그렇게 중간중간 놀고 똥 싸고 오줌 싸고 치우고 하는 시간이 반복되고 나면 이제 저녁 이유식을 먹을 시간인 5시가 다 되어간다. 이유식을 먹이고 난 후 6시에는 샤워를 하고 7시에 밤잠에 들 준비를 한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동안 엄마는 설거지도 하고 이유식도 만든다. 청소와 빨래는 기본이며 틈틈이 독서하는 시간도 만들어야 한다. 이 와중에 아기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돌봐야 하고 울면 안아서 달래줘야 한다. 엄마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요즘 운동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닌데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살찔 틈이 없다는 게 맞다.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그렇게 저녁 먹을 시간도 잊는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우리 엄마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연년생의 딸을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 시골에서 키웠다.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바쁜 남편을 내조하며 그렇게 육아를 해냈다. 한참 뒤에 태어난 막둥이를 키운 시간까지 합치면 도합 30년 정도를 육아에 매진한 셈이다. 자녀 셋을 사회로 모두 보내고 남편과 둘이 생활하는 요즘 그녀는 행복해 보인다. 육아를 하며 짊어진 책임감을 이제는 내려놓고 그녀가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육아의 세계. 신생아를 육아하며 잔뜩 올라갔던 육아에 대한 자신감은 요즘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누워있을 때가 좋았다는 어른들의 말을 이제는 이해한다. 아기는 베이비룸 안에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입에 넣으려고 하고 엄마는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요즘은 자신감보다는 겸손한 마음이 내 마음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하루 무사히 건강하게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 내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만만한 마음보다는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진 엄마로 그렇게 나는 성장하고 있다.


먼 훗날 이런 나의 마음을 우리 은율이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빛나주면 돼. 엄마는 그거 하나면 된단다. 오늘도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야. 엄마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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